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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More Equal Animals -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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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 금융 청렴성

금융 청렴성은 파산에 면역성을 가지는 기관들이 가지는 구조적 성질이다. 여기서 파산이란 디폴트(채무 이행 불가 상태)를 의미하는 계약상의 용어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모든 계약상의 의무는 사전에 동의된 명의 양도의 형식으로 집행되며, "근거없는 약속"은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번 장에서는 현대에 널리 용인되고 있는 금융 협약들이 실은 교묘한 사기 행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조직적인 사기가 허용되는 사회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 평화 조약 협상을 앞두고 있다면 이 장에서 다뤄지는 내용을 잘 숙지하기 바란다.

금융 청렴성이 결여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다면, 동시에 10명의 투숙객에게 같은 객실을 빌려준 호텔을 생각해보면 된다. 각각의 투숙객은 예약을 통해 자신이 호텔 객실이라는 희소 자원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입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호텔의 객실을 사례로 드는 것은, 이 사례가 구체적이고,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쉬우며, 사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기 행위의 구조를 파악하고 나면,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는 조직적 사기 행위들도 더 눈에 잘 들어올 것이다. 상품 거래, 주식, 암호화폐 거래소, 은행 등 모든 종류의 금융 제도에서 동일한 형태의 사기 행위가 일어난다. 여러분도 이미 차를 렌탈할 때나 비행기를 예약할 때 경험해봤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 바가지 썼단 걸 증명하는 것보다 쉽다"고 말한 바 있다. 한번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결정에 대한 자연스러운 편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해 이미 어떤 행동을 취했다면 그 정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현재의 기만적인 사업 관행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 눈에는 더 이상 기만이 보이지 않으며, 우리가 기만당했다는 걸 인정하지도 않으려 한다. 오늘날의 사업 관행과 관련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의견은 일단 내려놓고 이 장을 계속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단기로 빌려 장기로 빌려주는 사기

호텔 객실을 하룻동안 빌린 누군가가, 이 객실을 선불 보증금을 받고서는 30일 동안 다른 누군가에게 전대했다고 해보자. 다음 날 호텔 측이 이 객실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자마자, 이 객실의 사용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이사람은, 자신이 1일 동안만 빌린 객실을 다른 사람에게 30일치 전대해 임대료(+ 보증금)를 챙기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 아마 이 사람은 이 객실을 하루씩 서른 번 빌릴 수 있다면 자신의 사기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이른바 단기로 빌려 장기로 빌려주는 사기이다.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재산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면, 그 재산과 관련해 그 기간을 초과하는 다른 계약을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에서는 애초에 내가 명의를 가지지 않는 재산에 대해서는 계약을 구성할 수 없다.

초과 임대 사기

호텔 주인이 평균적으로 10%의 투숙객이 "노쇼"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호텔 주인은 실제 존재하는 객실보다 5% 많은 객실을 임대하기로 결정한다. 이것으로 호텔 주인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이는 명백히 스마트 컨트랙트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노쇼 투숙객이 없는 날은 언젠가 올 것이고, 그날이 오면 호텔의 사기 행각은 들통날 것이다. 투숙객들이 호텔에 찾아와 객실을 채운다. 상대적으로 늦게 도착한 투숙객은 더 이상 호텔에 객실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 중에 임산부 커플이 있는데, 호텔 주인이 실제로 존재하는 객실보다 더 많은 예약을 받은 덕에 이 불쌍한 커플은 헛간만도 못한 곳에서 밤을 지새우게 된다.

이 호텔 주인은 다른 시장 참여자에게 잔여 객실 정보를 속임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 그가 정직한 사람이었다면, 이 임산부 커플에게는 공실이 없다고 이야기한 후, 주변의 다른 호텔의 객실을 잡아줬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호텔에도 공실이 없다면, 숙박비까지 선불로 지급한 이 불쌍한 임산부 커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사용 가능한 다른 객실을 찾는데 드는 비용은 밑도 끝도 없이 커질 수 있다. 이 커플이 입은 피해는 단순한 숙박비 환불로는 보전될 수 없다. 결국 커플은 울며 겨자먹기로 헛간만도 못한 곳에 머물러야 하는데, 만약 그동안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면 이 아기는 이곳의 취약한 위생 상태로 인해 병에 걸려 죽게 될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들통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팔거나 빌려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사기

한 호텔에 두 종류의 객실이 있다고 해보자. 한 종류는 전망이 좋은 객실이고, 한 종류는 반지하 객실이다. 예약을 받으면서는 호텔은 객실 종류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적용했으나, 정작 한 커플이 체크인을 하러 찾아오자 호텔은 (정부가 허가했다면서) 모든 예약이 완전히 동일한 조건으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덕분에 전망이 좋은 스위트 룸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꿈꿨던 이 커플은 보일러실 바로 옆에 위치한 축축한 반지하 객실에 갇혀 지내게 된다.

반지하 객실은 쏙 빼놓고 전망 좋은 객실만 홍보한다면 호텔은 더 큰 이득을 챙겨갈 수 있다. 호텔은 심지어 전망 좋은 객실이 남아 있음에도 반지하 객실부터 채워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여기서 계약이 대체 불가능한(non-fungible) 두 가지 자산을 대체 가능한(혹은, 호환 가능한/구별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평소에는 같은 가격의 두 자산도 다양한 기준에 의해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평범한 날에는 모든 객실이 동일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객실 중 일부에서 빗물이 새는 호텔이 있다고 해보자.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호텔은 모든 객실을 동일한 요금으로 빌려줄 수 있겠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이 새는 객실은 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을 것이다.

호텔 주인이 모든 객실이 누수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며 비오는 날에도 모든 객실을 빌려준다면, 이 호텔 주인은 모든 방을 대체 가능한 객실이라고 속이는 것이다. 호텔 주인의 보장하는 내용은 맑은 날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이렇게 호텔은 투숙객에게 물로 흥건한 객실을 빌려주면서도 더 많은 요금을 청구한다. 만약 호텔이 객실 중 25%에 누수 관련 하자가 있다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 25%의 객실은 나머지 객실과 다른 품질의 객실로 취급되어 맑은 날에도 더 저렴한 숙박비가 적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이 사례에서의 교훈은, 리스크의 차이가 곧 종류와 가치의 차이라는 것이다. 두 객실의 시장 가치가 99%의 상황에서 동일하다고 해서, 두 객실이 동일하거나 대체 가능한 것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이용 약관의 사기

이렇게 대놓고 사기 행각을 저지르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 호텔 주인은, 불편에 따른 비용을 조금 얹어 예약금을 전액 환불해주는 대신 예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추가하기로 한다. 그런 후 호텔 주인은 여느 때처럼 초과 예약, 허위 광고, 단기 임차 및 장기 임대를 계속한다. 이 "비-사기"가 들통나더라도, 호텔 주인은 "사전 동의"된 계약서 상의 조건을 따라 예약자에게 돈을 환불해주면 된다. 이따금씩 어쩔 수 없이 환불하는 예약금과 조금의 웃돈을 제하더라도, 호텔은 평균적으로 사기 행각을 통해 이득을 본다.

깐깐한 변호사가 아닌 이상, 알아보기 힘든 글씨가 빼곡하기 쓰여진 호텔 이용 약관을 전부 읽어보는 투숙객은 없을 것이다. "이용 약관"에 명시된 모든 의무 사항이 지켜졌어도, 투숙객은 예약해놓은 객실은 사용도 못하고 배신감만 느끼게 된다.

계약은 당사자 양측 모두의 기대를 바탕으로 의견이 일치된 것이어야 한다. 예컨대 앞의 임산부 커플이 계약서를 읽고 계약서상의 “바이아웃” 조항을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당연히 이들은 이 조항이 "불가항력적인 사건"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호텔이 초과 예약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면, 이 커플은 초과 예약되지 않은, 보증 예약된 객실을 요구할 것이다. 공실이 없으리란 걸, 자신들이 당일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투숙객이 되리란 걸 알면서도 커플이 이 먼길을 찾아온 데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호텔 주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죄송하지만 보증 예약된 객실은 없습니다.” 이 커플은 결국 다른 호텔을 알아보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의 모든 호텔이 초과 예약되어 있으며, 보증 예약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사실 모든 호텔이 카르텔을 형성해 보증 예약을 받지 않기로 담합한 것이다. 카르텔이 아니더라도, 이런 호텔들은 초과 예약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투숙비를 낮춤으로써 정직하게 운영되는 호텔을 경쟁에서 밀어낼 수 있다.

이 결과 모든 리스크와 손해는 투숙객이 떠앉고 호텔 주인만 이득을 취하게 된다. 불편에 따른 비용을 조금 얹은 전액 환불 옵션만으로는 입실하지 못한 고객의 손해와 기회 비용은 절대 보전될 수 없다(특히 갓 태어난 아기가 헛간만도 못한 곳에서 죽게 생겼다면 말이다). 심지어 호텔 측에선 예약금을 환불해주기는 커녕 다른 날짜에 무료로 예약을 잡아주겠다며 상처에 소금을 뿌려댈 수도 있다. 적어도 이 호텔은 이 커플을 위해 주변 다른 호텔의 빈 객실을 찾아주거나, 입실한 투숙객 중 웃돈을 더 물어주는 대신 퇴실할 용의가 있는 사람이 없는지 찾아보는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여기에 뒤따르는 비용을 모두 보상해야 한다. 호텔 주인이 운 좋게 공실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의 사기 행위가 무마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기는 스마트 컨트랙트 상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신이 객실 하나를 1박에 100달러의 가격으로 선불로 예약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예약 당일에 호텔에 가보니 객실 수요가 많아져 객실이 1박에 1000달러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호텔 주인은 자신의 계약상의 권리를 행사해 101달러를 환불해주고 당신의 예약을 취소해버린다. 그런 후 다시 그 객실을 당신에게 1000달러에 판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예약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반대로 호텔에 공실이 많아 당일 투숙비가 1박당 50달러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호텔 주인은 당신에게 투숙비를 환불해주고 더 싼 가격에 방을 내줄 리 없다.

호텔이 초과 예약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숙박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투숙객들도 이득을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우유에 물을 타면 우유의 리터당 가격이 낮아지므로 우유 구입자도 득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말이 될 수 있는가? 물 탄 우유와 우유에 대한 법적 구분이 없는 세상에서는 모든 우유가 물에 희석될 것이다. 헛간만도 못한 곳에서 아기를 낳아야만 하는 여인에게, 일부 투숙객이 "돈을 아낀다"는 사실은 위안이 될 수 없다. 폰지 사기에 휘말린 사람들은 당장에는 자신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기꾼이 돈을 들고 튀어버리는 그날, 이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요컨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이 조직적 사기에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음으로 인해, 그리고 이 조직적 사기가 정부에 의해 제도화되어 있음으로 인해, 그리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음으로 인해 우리는 별 수 없이 이용 약관에 동의하게 되고, 이 약관이 사기 행위에 악용되도록 허용하게 된다.

현행 금융 제도

앞의 사례들에서 드러난 사기 행위들은 우리의 금융 제도 안에서도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부분”(이라고 쓰고 "사기"라고 읽음) 지급 준비제, 요구불로 돈을 빌린 후 30년 넘게 이를 빌려주는 것, 무차입 공매도, 현물 대신 갓 찍어낸 돈만이 오가는 선물 시장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의 금융 제도는 “보험”, 카르텔, 그리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정부발 긴급 구제를 통해 “모든 은행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핸리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들이 은행 제도와 통화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만약 이해하고 있다면, 내일이 밝아오기 전에 혁명이 일어날 테니까.” 평화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말이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은 나쁜 돈이 법에 의해 좋은 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도록 강제된 상황을 전제했을 때 유효한 법칙이다. 나는 이 법칙이 "합법화된 기만적 제도가 좋은 제도를 구축한다"고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기 행위는 구조적 리스크를 은닉함으로써 단기적으로 큰 이득을 취하는 행위이다. 은행이 하나의 담보물로 복수의 부채를 지탱할 수 있다면, 싼 이자율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정직한 은행이라면 30년 만기 모기지 대출에 대해서는 30년 만기 예금 증서를 발급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 실제로 30년 만기 예금 증서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예금 증서란 것 자체를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인가?

진정한 민주주의는 합법적 사기를 용인하지 않는다. 명의 이전으로서의 계약 원칙과 스마트 컨트랙트가 커뮤니티 평화 조약의 근본 요소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좋은 대출의 원칙

누군가에게 돈을 꿔 주기로 했다면 돈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도 물어보는 게 현명한 처사다. 총 자산과 수입에 비해 부채의 규모가 얼만큼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그에게 팔 수 있는 자산이 있다면, 자산이 아예 없는 경우보다는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도 자산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의 원리 상에서는 이것은 집행 불가능한 약속에 해당한다. 이 "자산"의 가치는 그가 얼만큼의 기술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그의 평판과 생활 비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전부 따지면 이 자산의 가치는 0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보려면 그에게 내 채권보다 우선 순위가 높은 선취권이 있는 다른 부채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 기업에 돈을 빌려주려면 그 기업의 상환 능력부터 평가해야 한다. 가장 쉬운 평가 방법은 그 기업의 시가 총액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가 총액은 대개 최근 거래된 주식의 가격을 총 주식 수로 곱해서 나온 금액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시가 총액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될 수 있다. 주식 하나당 가격은 팔린 주식의 총 개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의 주식을 100% 당장 청산한다면, 이 액수는 시가 총액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나아가 주식을 사는 사람이 없다면 시가 총액은 0가 될 것이다. 한 회사의 기본 가치는 그 회사가 팔아서 주주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자산의 가치이다.

은행에 돈을 예금한다는 건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다. 은행의 시가 총액을 계산하려면 우선 그 은행의 자산과 채무를 살펴봐야 한다. 이때 은행의 부채에는 예금자에게 빌린 돈이 포함된다. 은행의 자산에는 이 은행이 쥐고 있는 현금과 융자를 갚겠다는 대출자의 어음이 포함된다. 주택 구입자의 어음의 가치는 경제(노동 시장 및 주택 시장)는 물론 날씨, 자연 재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명확한 논의를 위해 금화 역시 돈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해보겠다. 금화는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만 있을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예금 대출은 반드시 담보 자산이 있어야 한다. 요구불 예금이라면, 은행은 금고 안의 금화에 대해 명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은행이 이 금을 빌려주고자 한다면, 이 금화에 대한 요구불 형식의 명의 이전은 약속할 수 없다. 이 금화를 빌려주고 제 때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기이다. 이 경우, 예금자는 자신이 맡길 금에 대해 은행이 이자를 더한 요구불 형식으로 지불하도록 예금 계약을 맺거나, 은행이 예금자로부터 빌리는 금(예금자가 은행에 보관하는 금)에 대해 담보물을 걸 것을 약속할 수도 있다. 이때 은행이 약속할 수 있는 담보물은 은행의 주식이다. 이 때 그 은행의 주식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저당잡히지 않은 은행 소유의 모든 자산에 대한 지분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것은 금에 의해 담보된 요구불 예금은 은행의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구불의 금은 은행의 자산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예금자나 예금 없이 새로 은행을 시작해 본다고 가정해보자. 이 은행은 예금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싶을 때에만 예금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때 은행은 빌린 돈을 더 높은 이자율로 다른 이에게 빌려줄 수 있을 때에만 예금자로부터 돈을 빌릴 것이다. 이 말은 은행이 예금자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말이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이는 어떤 은행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집을 담보로 해서가 아니라, 당신에게 빌려준 돈을 담보로 당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때 이 돈에는 선취권이 있어서 대출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당신은 이 돈을 사용할 수 없다.

은행이 예금주들로부터 돈을 빌릴 때 자신(은행)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주식은 은행이 소유한 비저당 자산에 대한 지분을 의미한다. 당신이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면 (은행에 예금한다면) 이 돈은 은행의 비저당 자산이 된다. 이때 은행이 채무자에게 돈을 꿔줄 때 들이대는 잣대와, 예금주가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예금할 때) 들이대는 잣대는 같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택을 담보로 은행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줬다면, (건전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은행임을 전제로) 이 은행은 당신의 주택의 가치가 대출 금액보다 적어도 25%는 더 클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돈을 빌려 줘야 은행은 시장 변동에 따른 주택 가치의 변화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런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은행이 예금자로부터 돈을 빌릴 때 담보하는 주식의 가치 역시 대출 금액보다 적어도 25%는 더 커야 한다. 따라서 은행은 예금 100달러를 빌릴 때마다 25달러의 자기 자산을 테이블 위로 가져와야 한다.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은행은 100달러를 빌릴 때마다 125달러어치의 담보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은행은 원금에 이자를 덧붙여 상환받으리라 기대할 것이다. 은행으로선 상환 기한을 무제한으로 해서 돈을 빌려줄 리가 없다. 여기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대출 잔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지는 역모기지 대출이다. 담보물이 훨씬 더 큰 가치로 시작해서 점점 대부 가액의 80%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역모기지의 핵심이며, 주택이 팔릴 때에 맞춰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진 대출 방식이다.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예금자도 은행에 비슷한 것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이 예금자에게 빌린 돈을 상환할 수 있는 방법엔 몇 가지가 있다.

  1. 전대되지 않은 예금을 반환한다
  2. 다른 예금자로부터 돈을 빌린다
  3. 정기적인 수입을 활용한다
  4. 담보된 주식을 판다

예금자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은행이 대출자로부터 융자금 일부, 혹은 전부를 즉시 상환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때 주택 "소유주"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현금이 없다면, 은행은 주택의 명의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간다. 마찬가지로, 은행이 예금자의 현금 인출 요청을 수행할 수 없다면, 예금자에게도 은행의 주식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갈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

은행 주식을 가져간 예금자는 이 주식을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겠지만) 팔거나, 혹은 이를 붙든 채 자본 수익을 기다리며 배당금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어느 경우에서든, 예금주는 은행의 지불 능력 부족으로 인해 환금성 측면에서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 예금자가 당장 돈을 돌려받기를 원한다면 이들은 대출 장부 상의 순 현재 가치만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은행에 돈을 예금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는 그 은행이 소유한 잉여 자산과 그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출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현금 흐름이 좋은 사람에게 짧은 기간 동안 좋은 질의 담보물로 대출을 하는 은행은, 현금 흐름이 나쁜 사람에게 긴 기간 동안 나쁜 질의 담보물로 대출을 하는 은행보다 안전하다. 은행이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은행의 대차 대조표에 반영되어 있는 리스크에 합당한 이자율을 책정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스마트 컨트랙트 상에 구현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대출, 융자, 예금은 파산의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구제 금융"이 필요할 일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서 빌린 돈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대하는 것이 허용되는 이상, 여전히 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도덕적 해이는 은행의 의사 결정자가 은행 소유주가 아니라 직원일 때 더 증폭된다. 은행 소유주는 자신의 돈을 걸고 의사 결정을 하지만, 일개 직원은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고도 직장 외엔 잃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직원은 당신이 모든 것을 잃든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돈을 벌 수 있다.

은행에 돈을 빌려준 후, 은행이 이 돈을 누구에게 다시 빌려줄지 또한 은행의 재량에 맡길 것이라면, 은행의 이해관계가 나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우선은, 은행이 다른 이들에게 대출한 돈을 이자와 함께 모두 상환받아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실을 모두 상쇄하기 전까지는 은행 소유주와 관리자는 테이블 위의 돈을 배당금, 월급, 경영 비용 따위로 가져갈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 모든 은행 소유주나 관리자들은, 단기적인 이익이 될진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테일 리스크란 “마지막에서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말한다. 예컨대, 풍선식 대출, 변동 금리, 주택 시장 버블 붕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은행이 은행의 자산을 활용하는 데 무제한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예금자(대출자)의 돈을 위험에 빠트린다. 은행이 고객(예금자)의 돈으로 부동산이나 주식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해보자. 은행 사장이 고객의 예금으로 자기 친구의 땅이나 친척 회사의 지분을 산다면 어떻게 될까? 제값보다 비싼 돈을 주는 사이에 은행의 가치는 점차 새나가 버릴 것이다. 변동성이 큰 자산을 4배 레버리지로 사는 경우는 더더욱 끔찍한 사례다. 은행이 대출을 통해 돈을 번다면, 이것은 원칙을 위배하지 않고도 자신들의 돈으로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예금자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은행이 자본 소득과 레버리지를 통해 돈을 번다면, 그 이해관계는 엇갈리게 된다. 은행이 이미 구입한 것을 (내부자 정보 등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 선매매 거래함으로써 별개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진 트레이더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과, 단순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사이에는 리스크 상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경쟁이 활발히 일어나는 자유 시장에서는 온갖 종류의 은행이 생겨나 다양한 자산 관리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 은행은 돈을 꿔줄 때 대출자에게 소득 증명과 주택 검사를 요구한다. 이를 통해 은행은 대출금이 정확히 어떤 것에 의해 담보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꿔줄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 은행의 주식 가치를 떠받치고 있는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은행에 요구해야 한다.

기업은 주주들이 허락만 한다면 언제든 새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합리적인 주주라면 이것이 기존의 주식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을 때에만 이를 허락할 것이다. 은행이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예금자에게 돈을 빌렸다면, 예금자도 이 주식의 가치에 대해 이해관계가 엮이게 된다. 따라서 은행은 예금자의 허락이 없이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서는 안 된다. 대출금을 전부 갚기 전까지는 (혹은 은행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담보된 주택의 일부 혹은 전체를 팔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100% 담보로 해서 은행으로부터 돈을 이미 빌렸다면, 다른 은행에서 동일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더 빌릴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돈을 한 은행에 예치해뒀다면, 그 은행은 그 주식을 100% 담보로 해서 그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은행은 다른 예금자로부터 돈을 빌릴 수(예금을 예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예금을 담보하는 은행의 주식은 예금이 이루어질 때 분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이 허용하는 신규 예금이 기존 예금자의 담보 가치를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은행이 돈을 잃는다면 담보 주식을 더 많이 가져가는 쪽은 기존 예금자가 아닌 신규 예금자일 것이며, 반대로 은행이 돈을 벌어들이면 신규 예금자는 기존 예금자에 비해 비해 주식을 덜 가져가게 될 것이다. 은행의 모든 채권이 부도가 난다면, 오직 가장 적게 담보가 잡힌 예금자만 주식을 받게 될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당신의 부채 대 주식의 비율이 80% 아래에 머물러야 유리하다. 은행은 담보된 주택의 가격이 너무 크게 떨어지는 경우 대출금의 즉시 상환을 요청하거나 담보물을 즉시 몰수 할 수 있음이 대출 조건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출자는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 부채 대 주식의 비율을 회복하거나, 담보물의 명의를 은행에 양도해 대출금 전액을 상환할 수 있다.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도 동일한 조건이 적용된다면, 은행이 돈을 잃는 경우 모든 예금자들이 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주식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해서 본다면, 너무 커서 문제인 절대 다수의 (혹은 모든) 은행들은 현재 파산의 위기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주식으로는 이들의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 이들이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연방 준비 제도가 비시장적 가치로 평가된 담보를 활용해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규제들은 은행으로 하여금 이들의 자산이 정당한 시장 가격이 아닌 다른 자의적 기준에 의해(경매 등 자발 거래) 가격을 매길 수 있게끔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주식의 가치에는 연방 준비 제도의 지원과 긴급 구제 금융의 가능성 또한 반영되어 있어서, 주식이 자산의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되고 있다. 요컨대, 은행들이 합법적 사기와 기만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기의 규모가 클수록 그 결말 역시 더 비극적일 것이다. 만약 개별 은행이 각각 저마다의 "은행권"을 발급해야만 했다면, 시장은 각 은행의 평판에 따라 은행권의 가격을 낮췄을 것이다. 다음을 곰곰히 생각해보자. 은행 A의 은행 B보다 더 긴 역사와 더 좋은 평판을 가졌다면, 여러분은 과연 어떤 은행에게 돈을 빌리겠는가? 연방 준비 제도는 대체불가능한 은행 예금을 대체가능한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상이한 리스크의 두 자산을 어떻게 취급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누가 소유했든 1달러는 과연 모두 똑같은 1달러인가? 연방 예금 보험 공사와 연방 준비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보자. 나아가 예금자들의 보증금을 뒷받침할 만한 자산이 없으므로 연방 예금 보험 공사 역시 헛된 약속을 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자. 은행 A의 부채가 은행 B의 부채와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호텔이 가끔 누수가 되는 객실과 누수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객실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레셤의 법칙대로 나쁜 은행이 좋은 은행을 몰아내거나, 좋은 은행의 서비스 질을 나쁜 은행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뱅크런은 단일 은행의 사기 행각을 폭로한다. 은행가는 사기죄로 감옥에 갇혀야 한다. 정부가 모든 은행 부채를 동일한 것으로 만드는 법을 제정하고 원래 예치된 자산을 환수하는 것을 막는다면, 뱅크 런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은행을 똑같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부가 (규제된 은행을 통해) 언제든 더 많은 "돈"을 찍어내 이들을 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우리는 언제든 "현금"을 되돌려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 현금이 시장에서 앞으로도 동일한 구매력을 가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 결과 돈이란 것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지분으로서 그 의미가 축소되며, 돈을 찍어내는 행위는 "자본 조달"의 의미만을 가지게 된다. 이런 돈은, 기존의 주주들이 자신들이 모아둔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일을 어디까지 두고볼 수 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들의 경우와는 달리, 달러 보유자들은 새 화폐 발행과 관련해 어떤 투표권도 행사할 수 없다.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돈의 가치를 올려줄 때에만 (혹은 돈을 지탱하고 있는 담보를 늘릴 수 있을 때에만) 새로 돈을 찍어낼 수 있게 정부를 강제하는 견제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력은, 재화의 공급 실패를 현금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계약과 조합되어, 은행과 정부가 모든 시장 가격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은 재화를 판매(가격 억제)하고, 재화를 이용(호텔 객실의 사용하는 등 이들의 블러핑에 응하는 행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들이 무에서 찍어낸) 현금을 지급한다. 호텔 주인이 초과 예약을 받고서는 체크인을 하러 온 사람에게 객실 대신 현금을 쥐어주는 것과 동일하다. 이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게 하는, 전례 없을 정도로 큰 권력을 내부자들에게 쥐어준다. 이 경제 시스템을 굴러가게 만드는 자들이 물가의 움직임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팔아 자본을 키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도덕한 일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주주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주식 발행 권한이나 기업의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예. 자기 자신에게 상여금 지급, 저이율 대출, 친구의 대출금 대신 상환 등)에 관한 전권을 CEO가 독점하고 있는 회사에 여러분들은 투자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면, 달러와 달러로 표기된 부채를 보유하는 데에는 왜 투자하는 것인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코인은 오늘날의 금융 제도를 잠식하고 있는 조직적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급진적인 투명성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코인의 총 유통량을 검증할 수 있으며, 그 누구도 위조 비트코인을 만들 수 없다. 내가 예약한 객실에 다른 사람이 눌러 앉아 있지 못하도록 호텔의 모든 객실을 라이브 피드로 중계하고 이를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감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약 장부 역시 공개되어 있어 예약을 한 모든 사람은 이 장부를 보며 이중 예약이 되어 있는 객실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은행에 묶여 있는 금이 "금"이 아니듯, 거래소에 묶여 있는 비트코인 역시 "비트코인"이 아니다. 거래소에 묶여 있는 "비트코인"은 거래소의 자산 가치에 대한 담보 부채다. 정직하게 운영되는 거래소라면 자신이 고객에게 빚지고 있는 비트코인 하나당 실제 비트코인을 하나씩 갖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거래소는 고객의 예금을 별도의 계좌로 운영해, 이 돈이 거래소의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많은 거래소에서 마진 트레이딩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거래소가 고객에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자산을 담보부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거래소는 이를 팔아 부채를 매운다. 이때, 거래소의 자산 가치는 더 이상 별도 계좌에 묶여 있는 비트코인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갚기 위한 담보 어음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금태환 지폐(gold notes)"를 융자 등 은행의 자산 가치에 의해 지탱되는 "금 차용증서(gold IOU)"로 대체하는 은행의 방식과 유사하다. 담보부가 얼마나 건실한지와는 상관없이, 만약 은행이나 거래소가 담보를 제때 청산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보다 더 많은 빚을 지게 될 것이다.

마진 트레이더들은 대출 기한에 대한 통제력을 원한다는 점에서, 거래소는 최단 기간(며칠 혹은 몇 달)으로 돈을 대출해야 한다. 이러한 마진 대출을 진행하기 위해 거래소는 동일한 기간 동안(며칠 혹은 몇 달) 명의를 가져야 한다. “단기간 동안 빌린 것을 장기간에 걸쳐 빌려주는” 것을 피하려면, 금융 청렴적인 거래소는 예금자들로부터 여기에 대응하는 기간 동안(예. 예금 증서) 돈을 빌려야만 할 것이다.

예금자에게는 요구불로 돈을 빼갈 수 있음을 약속하고, 마진 트레이더들에게는 (담보물의 질이 좋다는 것을 전제로) 대출을 유지할 최소한의 기간만을 약속하는 거래소는 (규제 당국이 허락하더라도) 금융 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건전한 은행 운영의 원칙, 그리고 명의 이전으로서의 계약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에 의해 뒷받침되는 "금태환 지폐"와, “융자”(예. 담보된 마진 포지션)에 의해 뒷받침되는 거래소의 주식에 의해 뒷받침되는 "금 차용증서"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포함된다.

"도산 없음"의 원칙(The principle of "no bankruptcy)은 거래소의 주식 가치가 거래소가 가진 자산 가치보다 낮은 경우 주식 보유자들은 자동적으로 파산하고, 채무자들은 모든 주식에 대한 자기 지분을 돌려받는 원칙을 가리킨다. 미납 대금 회수원이 당신의 대금 미납 차량을 몰수해 가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유와 똑같은 이유에서, 거래소의 소유주들도 위와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리 없다. 그 대신 이들 거래소와 은행 소유주들은 자신의 지불 능력 부족을 숨기고, (이들의 주가를 고려한다면) 정상적 시장 질서 안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을 써서라도 살아남고자 할 것이다.

거래소나 은행에 단기로 돈을 대출해주는 것은 거리의 도박중독자에게 100달러를 쥐어주고서는 언젠가는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중은 금융 청렴성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자신들이 기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 대체로 알지 못한다. 결국 대중이 복잡한 약관과 조건에 맹목적으로 동의함으로써 제공된 무담보 대출을 활용해, 이 세련되고 고도화된 도박사들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걸릴 가능성이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폭로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금융 사기"를 벌이는 것이다.

리스크는 이전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금융 사기는 발각될 리스크와 사기를 통해 벌어들일 이윤이 철저하게 계산된 후에 발생한다. 금융 사기를 통해 금융 기관의 소유자는 이득을 얻고, 예금자들은 보상 받지 못할 리스크를 떠안는다. 금융 기관은 규제를 통해 국유화되면서, 은행가들은 이득을 얻고 나머지 모든 인구가 그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 리스크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므로 예금자들은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 보전되지 않은 (혹은 보전이 덜 이루어진) 리스크의 이전이란, 누군가는 공짜로 무엇을 얻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금융 청렴성의 원칙은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거래 성공과 사기가 동시에 발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실현되지 않은 리스크"는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계약이 그 구성만 가지고도 사기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명의 이전으로서의 계약 원리를 따른다면, 본인이 소유하지 않은 자산의 명의를 이전하는 모든 계약은 모두 사기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폰지 사기에 휘말리는 이유는, 고수익에 대한 기대와 자신은 이 사기적 경제 구조가 무너지기 전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당장 내일에는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사기의 실체는 언젠가 폭로될 수밖에 없으며 그 순간 그 사기적 경제 구조는 모두 무너질 것이다. 폰지 경제가 무너지기 전에 이 구조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그런 방법은 없다. 이 게임은 모두가 지는 게임이다. 우리 모두가 금융 청렴성이란 원칙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이 원칙을 기관과 커뮤니티 평화 조약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에서다. 우리 모두에게는 금융 청렴성의 원칙을 가지고 각자의 일을 봐야 할 책임과 더불어, 구조적 사기를 용인하는 사람들과의 사업은 피해야 할 책임이 있다.

위임된 권력과 커뮤니티 부채

단기로 빌려 장기로 빌려주는 일이 어불성설임을 이해했다면, 이제 이 원리를 권력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정치 플레이오프로 어떤 지도자가 뽑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시민으로부터 한정된 기간 동안 권력을 대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대통령은 계약 상 자신의 임기 안에 책임질 수 없는 공약은 내놓을 수 없어야 한다. 명의 이전으로서의 계약 원리를 따라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다면, 정부는 계약을 맺은 시점에 정부가 보유한 자산에 관해서만 공약을 실천할 수 있다. 의회는 돈을 빌리고자 한다면 현재 자산을 담보로 해야만 하며, 미래에 거둬질 세금을 기반으로 공채를 발행할 수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 임기 의회가 지금 임기의 의회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와 계약을 맺고 있는 주체라면, 그 커뮤니티의 대리인이 교체되었을 때는 그 커뮤니티가 그 어떠한 불이익이나, “죄책감”, 혹은 평판의 훼손 없이 기존 계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또한 그 누구도 정부의 약속에 기대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의회는 수년 내에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면 돈을 빌릴 수 없어야 하며, 그 기간이 수년 이상인,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임대차 계약에 서명해서도 안 된다. 다음 임기의 의회가 시작되기 전에 갚을 수 없는 부채는, 다음 임기 의회에서 그 부채를 직접 나서서 갱신하지 않는 한 모두 무효여야 한다.

커뮤니티들이라면 공공 프로젝트를 금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끌어다 쓸 유혹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부채란 미래 세대에게 은밀히 전가된 세금 책임이다. 따라서 항상 "여력이 되는 대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 정부로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부가 도로를 만들기로 했다면, 우선 세금을 모은 후 도로 건설에 드는 비용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정부 예산은 언제나 엄격하게 검토될 것이며, 미래 세대로부터 현재 세대에게로 부와 권력이 이동함으로써 발생하는 부패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부채는 합의에 필요한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은행에 빚을 진 정부는 은행의 노예나 다름없다.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할 권력이 은행에 있고, "필요"한 무엇인가를 대출을 통하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이미 독립성을 잃은 것이다. 다행히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다면 담보물을 포기함으로써 빚을 모면할 수 있다.

명의 이전으로서의 계약의 원리를 따를 때 자동적으로 성취되는 금융 청렴성은 건강한 금융 제도를 만드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가치이다. 또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런 건강한 금융 제도에 의해 지탱될 수 있다. 은행 서비스와 융자가 가능하고 또 허용된다 하더라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라면 이러한 금융 레버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과도한 금융화는 기저의 현실로부터 우리의 눈을 멀게한다.

금융화 vs 저축

금융화는 유형의 재화와 서비스를 무형의 회계 기록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이런 오해는 부와 저축을 혼동할 때 발생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현물"에 대한 명의라는 사실은 쉽사리 잊혀진다. 금융화는 이 현물을 재분배할 수는 있지만 없던 부를 창출할 수는 없다. 사물의 명의를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이전시킬 수는 있어도, 없던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지는 못한다.

돈이 있다면 오늘 시장에서 뭔가를 살 수 있다. 돈을 저축하면 내일, 혹은 내년에 시장에서 뭔가를 살 수 있다. 돈을 저축하는 행위의 근본에는, 내일이나 내년에는 오늘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전쟁, 기아, 혹은 자연 재해가 사회의 모든 생산 역량을 파괴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저축한 돈으로 얼만큼의 식량과 주거지, 옷을 살 수 있을까?

금융화는 시장이 늘 정상적으로 가동하리란 전제, 그리고 돈을 벌거나 저축하는 것이 실물의 재화를 만들거나 저장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전제 위에서 성립하는 개념이다. 상품의 재고를 대량으로 보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공급이 낮아질 때 가격은 요동칠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많은 돈을 저축해두고 있다 하더라도, 식량 공급망이 교란되면 모두가 결국엔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공급망이란 언제든 취약해질 수 있으며, 그럴수록 사회 전체가 유형의 필수 물자에 대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공급이 정말로 희소해지기 전까지 물가는 올라가지 않는다.

금전적 손실을 헤지(hedge)할 수 있는 근사한 파생 상품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것으로도 진짜로 발생하는 손실을 막을 수는 없다. 당신이 식량 물가 변동에 대한 헤지 상품을 구입했고, 물가 예측에 적중해 투자한 돈을 두 배로 불릴 수 있었다고 해보자. 하지만 돈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없던 식량이 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이 돈으로 이미 존재하는 희소한 식량에 대한 우선권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당신이 금융 헤지 상품을 사는 것과 사회에 더 많은 식량이 생겨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기근이 생겨나는 경우, 오히려 식량의 가격은 늘어난 돈에 비례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금융 헤지를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파생 상품은 한 스포츠의 승부 결과를 두고 벌어지는 내기와 비슷하다. 위의 경우에서는, 내기가 벌어지는 종목은 "자유 시장"이고, 승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재화의 가격"이다. 스마트 컨트랙트 상에서는, 내기에서 졌을 때 뱉어내야 하는 자산에 대한 명의 없이는 내기를 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크게 돈을 잃은 당신의 정강이를 걷어 찰 물주도 없을 것이다. 모든 자산이 에스크로에 위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딸 수 있는 돈에도 제한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당신이 식량 가격이 두 배로 오를 가능성을 헤지하고자 한다면, 식량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돈도 두 배로 불어나는 계약을 맺으면 될 것이다. 먼저 당신은 식량 가격이 떨어질 거라 믿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금화 1개씩을 걸고는, 식량 가격이 50% 오르면 한 명은 금화 1.5개를 가져가고 나머지 한 명은 0.5개를 가져가는 식으로 합의를 맺는다. 식량 가격이 천 배로 오를 가능성을 헤지하도록 금융화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돈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 금화 1000개를 묶어둘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만큼 헤지도 매우 비싸질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한 금융 헤지는 당연히 제한적이며 식량 저장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식량 가격의 변동을 헤지하는 것이 식량을 저장하는 것보다 더 싸질 것이다. 식량 공급망이 교란되어 물가가 1000배 이상 뛴 경우에도 당신에겐 먹을 음식이 있을 것이며, 수완이 좋은 경우에는 팔 음식도 있을 수 있다. 자본 소득으로 벌어들일 수익에서 식량 재고 보관 비용을 뺀 만큼의 금액이 식량 저장의 동기로 작용한다. 만약 사회가 식량 가격을 터무니없이 끌어올리는 법을 도입한다면, 타인을 위해 식량을 저장할 동기는 사라질 것이며 그 결과 기근이 몰고 올 충격도 더 커질 것이다.

소모적 부채의 결과

정부가 돈을 빌리면, 그 결과로 돈이 아닌 자원의 재분배가 일어난다. 정부가 돈이 아닌 자원을 소비하면, 화폐 유통량은 그대로인데 현물의 희소성은 올라가므로 돈의 가치가 하락(재화의 가격이 상승)한다.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은 저장해두거나 생산력을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에 이자가 없다면, 대출금을 돌려 받은 대출 기관은 처음 대출을 했을 때보다 더 적은 소비력을 가진다. 돈을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라 저축해 두는 편이 더 나았을 거란 이야기다.

평화 조약은 재산권을 규정하며, 정부는 이러한 평화 조약이 기관의 형태로 구체화된 바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미 주어진 재산을 (평화 조약에 명시된) 다른 수단으로 재분배함으로써가 아니라 뭔가를 빌려옴으로써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여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왜 비싼 이자금까지 들여가며 뭔가를 빌려야 한단 말인가? 정부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유형 재산과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것은 오늘날의 세금과 지출로 충당 가능하다. 해당 정부 프로그램의 실제 비용을 시민들로부터 은폐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은 말이다. 정부가 화폐 가치 하락과 부채를 통해 실제 비용을 숨기는 데 시민이 과연 동의할 수 있을까? 시민을 속이는 정부를 정통성 있는 민주적 정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것이 금융화가 가지는 위험이다. 금융화는 실제 비용은 숨기고 사회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 건물을 더 높이 쌓기 위해 건물 기반에서 벽돌을 빼다가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젠가 타워 쌓듯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 발생할 리스크를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당장 세금을 걷는 것이 여기에 해당) 나쁠 것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도의 추상성과 스마트 컨트랙트 원칙 위배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

이자율이란 같은 금액의 돈이 오늘, 내일, 1년 후, 10년 후에는 얼만큼의 구매력을 가지게 되는지 그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을 때, 화폐 유통량이 고정된 사회에서는 같은 돈으로 내년에 살 수 있는 재화는 오늘 살 수 있는 재화보다 많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돈을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발생한다.

부를 창출하는 경제 체제 내에서 이자율 0%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데에 자본을 투여해야 한다. 예컨대 100만 달러를 빌려 한 바구니의 상품을 구입했다고 해보자. 1년 후 해당 상품의 공급량이 화폐 유통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면, 구입했던 걸 모두 팔아도 빌렸던 돈을 다 갚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자율 0%의 대출을 상환하려면, 처음 구입한 상품을 활용해 그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 혹은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 적어도 생산성이 평균 이상이어야지 빌렸던 돈을 갚을 수 있다.

돈을 빌려 그것을 몽땅 소비해버리는 것은 사회에 순손실을 가져온다. 평균 이상의 수익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평균 이상의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성과와 관계없이 정해진 급여가 따박따박 나오는 관료나 정치인이, 자신의 돈을 걸고 사업을 벌여 거기서 성공한 만큼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가들보다 더 높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도덕적 해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비춰 생각해보라.

실제 수익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정부라면 잉여 생산물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종자용 자본은 절대 넘보지 않을 것이다. 돈을 빌리는 것은 물고기를 남획하는 것과 같다. 한 해 동안 잡아먹히는 물고기가 새로 태어나는 물고기보다 많다면 물고기는 매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부채와 금융화는 이런 "남획"을 은폐한다. 물고기 남획은 한 번 시작되면 사회 전체의 물고기 소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다. 바다에 남은 마지막 물고기까지 먹어버리고 나면 내년부터는 모두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 물고기의 개체수가 이전 수준의 수요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려면 어획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도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어획량의 감소 폭이 클수록 물고기 개체 수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지금까지 나는 정부 부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했지만, 개인의 부채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가능하다. 다행히 스마트 컨트랙트는 기존에 담보로 잡힌 재산 이상의 것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말은,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담보잡힌 것 이상으로 다른 더 비싼 뭔가를 팔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새 차를 사기 위해 집 전체를 팔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모든 신용 카드는 실제 자산에 의해 담보될 것이다. 이는 (평화 조약을 위반해 형사 책임을 지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항상 양수의 순 자산을 가지게 되리란 것을 뜻한다.

금융 청렴성은 모든 평화 조약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이며,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 금융 청렴성의 원칙이 반영되지 않은 체제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합의 없이 진정한 민주주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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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Financial Integrity :+1: :+1: :+1: :+1: :+1: :+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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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트렉트의 필요 당위성, 그리고 defi? 에 대한 개요정도의 문단으로 이해됩니다…
좋은 글인데 읽는 동안 잠이 (피곤해서) …^^;; ㄷㄷㄷ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 EOS to the Gala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