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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More Equal Animals - 11장

제 11 장 - 기업주의

현대 사회에서는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을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기업에는 유한 책임 회사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들 모두가 사회 곳곳에 찾아볼 수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침투해 있어 우리는 기업이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정부가 없이는 지금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기업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낮은 중첩도, 강한 모듈화와 함께 상대적 우위의 법칙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앞의 장에서 소개한 바 있다. 조직 내 권력의 확장성에는 자연적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던바의 수에 대해서도, 독립성과 안티프래질리티가 사회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가지는지 의미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1,000명 규모의 집단으로 구성된 총 인구 50,000명 규모의 독립적인 "작은 국가"의 정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이어지는 주제들이다. 이러한 "국가로서의 카운티"들은 연방을 구성해 하나의 주가 될 수 있고, 이렇게 형성된 주들이 모여 미국과 같은 더 큰 연방을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정부를 모듈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백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이란 존재와 맞닥뜨리게 된다. 기업에서는 CEO 한 사람이 수백 만 직원의 노동을 지휘한다. 이런 경우, CEO는 다른 수많은 소국의 통치자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형 기업의 한 해 매출이 한 국가의 GDP보다 높을 떄도 많다. 이런 현상을 과연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형 기업의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과 같은 커뮤니티에 참가해 자신들의 정책과 어젠다를 조정한다. 대형 기업들은 종종 상호의존적이며 예외없이 은행 시스템에 의존한다. 이들은 시민이 이들의 서비스에 의존할수록, 그리고 경쟁의 원칙이 훼손될수록 더 큰 이윤을 창출한다. 그 결과 한 줌의 거대 기업이 우리 중 대부분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다.

50,000명 규모의 국가가 어떻게 직원을 5백만 명을 거느린 거대 기업의 운영에 개입할 수 있겠는가? 만약 월마트가 모든 크고 작은 국가와 도시에 지분율 100%의 자회사를 설립하면 어떻게 될까? 한 명의 개인이 세계 모든 국가의 국적을 동시에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관할 구역이 자신의 영토에서 외국인 소유 기업의 사업 활동을 금지한다면?

거대 다국적 기업이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대형 프로젝트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나 있을까?

모두 저마다 책 한 권 분량의 대답이 가능할 굉장히 까다로운 질문들이다. 거대 사업체와 거대 정부는 공생의 관계를 맺는다. 거대 사업체가 한 사회의 정부를 장악한 결과가 "족벌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다. 어떤 의미에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월마트, 페이스북을 비롯한 거대 기업과 대형 언론이 시민에 대해 가지는 영향력은 정부가 가지는 영향력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대형 언론사가 앞장서서 현직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검열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라! 정부라면 감히 꿈꿀 수도 없는 이런 행동을 이들이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이들이 "민간 기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형 기업이 가지는 가장 큰 위험성은, 경영진 압박을 통해 정부가 해당 기업의 모든 고객에 원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정부로서는 몇몇 기업만 구워 삶아도 수백만의 시민을 일일이 "형사 고발"이나 검열하지 않고도 통제할 수 있다. 이렇게만 한다면 정부는 표현, 제품,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것을 검열할 수 있다. 더구나, 한 기업에 많은 사람들이 의존하고 있을수록 그 기업의 경영진은 그 자신이 정부인 양 행세하기 시작할 것이다.

법인격과 유한 책임

기업과 법인격의 성격을 우선 살펴보자. 일군의 사람이 모여 하나의 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발상이다. 한 기업이 소유한 모든 것은 그 기업을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유이다. 가장 작은 기업은 한 명의 개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일 것이다. 보통은 유한 책임 회사로 설립되지만, 거의 모든 기업은 한 명의 개인에 의해 소유되고 운영될 수 있다.

한 억만장자가 차를 타고 가다가 당신의 집 대문을 들이받았다고 해보자. 원래대로라면 법원은 당신이 입은 손해에 대해 이 억만장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결을 내리고, 당신은 이 억만장자에게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억만장자가 배달 사업을 위해 유한 책임 회사를 설립한 경우를 떠올려보자. 이 유한 책임 회사의 명의로 트럭을 몰고 택배를 배송하던 억만장자가 당신의 집을 들이받았다. 하지만 이 유한 책임 회사는 사고로 망가진 트럭 외엔 가진 자산이 없으므로, 당신이 아무리 고소를 하고 승소를 하더라도 그 어떠한 배상도 받아낼 수 없다. 논증 상의 편의를 위해 보험은 고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한 책임 회사란, 사업 과정에서 손해를 끼친 모든 사람들에게 배상해야 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억만장자를 위한 저비용 보험 정책으로서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그 자체로 도덕적 해이의 한 형태이다. 멕시코 만에서 원유 시추를 하다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발생시키고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한 BP와 같은 기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든 기업은 민주 사회의 평화 조약 하에서만 존재한다. 이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기업 설립에 허가가 필요하다면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민주 사회의 어떤 수준에서 이러한 허가가 주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일부 시민"에게 유한 책임 하에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가 주어졌을 때 이때 이 허가를 내린 "시민"은 이로부터 어떤 이득을 취하는가? 이런 사회가 과연 유한 책임으로부터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 사회에서는 기업은 어떻게 설립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들은 시민의 민주적 권력을 약화시킬 것인가?

앞면이면 나의 승리, 뒷면이면 너의 패배

일부 시민에게 유한 책임 하에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사회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모든 사업은 위험이 수반되며, 이 중 어떤 위험은 투자된 돈을 상회하는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수억 명의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환경 오염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 명의 투기꾼이 유한 책임 회사를 설립해 $100를 투자했다고 해보자. 이 투기꾼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 초기투자금은 50대 50의 확률로 $1000로 뻥튀기되거나, $1000의 손해 배상 책임을 발생시킬 것이다. 유한 책임이 아니라면 사업은 득도 실도 보지 못할 것이다. $1000를 벌어들이는 횟수가 $1000를 잃는 횟수와 동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한 책임 하에서 이 사업은 남는 장사가 된다. 잃을 때 잃는 돈이 $1000가 아니라 $100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회사는 동전을 한 번 던질 때마다 평균 $950을 벌어들이게 된다. 하지만 사업의 손실은 공기 중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즉 이 사업 활동의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전가되고 있다.

도박의 실패에 따른 손실을 온전히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업체들은 당연히 더 큰 리스크를 무릅쓰면서 사업을 진행한다. 이런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그 기업에 유한 책임을 허락한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여기에서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70%의 기업이 사업 시작 10년 안에 문을 닫으며, 좀 더 긴 시간 단위로 보면 모든 기업이 결국에는 망하게 되어 있다. 큰 기업일수록 사업 실패에 따른 손실도 크다. 어떤 기업들은 그 규모가 너무나 커져서,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저 회사는 절대 망할 일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정부는 이들에게 단순히 유한 책임(채권자, 그리고/혹은 피해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 쓰러져가는 기업의 사업 비용을 모든 시민이 나서서 보전해주는"음의 책임(negative liability)"을 허락한다. 우리가 좀비 기업이라 부르는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들이다. 내부자들이 사업의 단기적 이득을 모두 빨아들이고, 그 사이 축적된 장기적 리스크로 발생하는 손실은 "시민"이 충당해준다. 모순적이게도 이러한 좀비 기업들의 가장 큰 정치적 후원자들이 바로 이들 때문에 멀뚱멀뚱 돈을 잃고 있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다.

기업이 사업을 벌이면 사람들도 그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로부터 혜택을 얻는다. 이론적으로는, 유한 책임이란 개념이 없다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은행에 예치된 40억 달러를 가지고 1000만 달러를 들여 소셜 미디어 기업을 시작한다고 해보자. 잠재적으로 이 기업에 손해 배상 책임으로 인한 40억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는 "모호하며 상호모순적인 법률"이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소셜 미디어 사업의 5년 내 성공 확률이 50%이고, 성공 시 1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신은 과연 40억 달러를 걸고 이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만약 수중에 40억 달러가 아닌 1000만 달러가 있고, 최악의 경우 사업의 실패가 파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이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축적한 부가 특정 수준에 도달한 시점부터 그 개인은 무한 책임 하에서 벌이는 사업에 대해서는 투자 가치를 못 느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가난"하여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어떤 관점에서는, 모든 개인을 그 자체로 하나의 유한 책임 회사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가진 돈이 한 푼도 없던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 사람에게서 빚을 돌려 받는다거나 그 사람이 생전에 입힌 손실을 보전할 방법은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추가 목숨이라도 줘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 도덕적 해이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진 않을까? 적어도 모두가 태생적으로 유한한 책임만을 지기 때문에, 살아 있어야 되겠다는 이 사람의 이해 관계와 돈을 받아내야겠다는 우리의 이해 관계가 서로 일치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개인은 1인분의 평판만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자신이 주변에 끼칠 수 있는 손해에도 한계가 있다.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손해는 유한한 책임만을 지는 억만장자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는 사업을 사회는 허용해야 하는가? 멕시코 만에서 원유 시추를 하려면 BP(사업자 이름)는 1조 달러 정도의 보증금부터 걸어두는 게 맞지 않았을까? 억만장자들은 자신 소유의 유한 책임 회사에 의해 발생한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에서 면제되어야 하는가? 투자금을 상회하는 손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면제되어, 위험하고, 불법적이며, 해로운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주식 투자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유한 책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도덕적 해이이다. 유한 책임 회사가 특권을 취함으로써 발생시키는 리스크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기업의 유한 책임으로부터 시민이 달리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만약 시민이 일방적으로 리스크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계약을 통해 특권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리스크를 교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유한 책임의 도덕적 해이를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은,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 리스크를 부담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기업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서 발생하는 이득은 기업의 소유주가 취하고, 성장 과정에 따르는 리스크의 비용은 시민이 부담한다. 하지만 사업 성공에 따른 이득을 유한 책임이 제공하는 보험 "가격"의 형태로 시민들이 배분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기업이 의무적으로 해당 국가의 모든 국민에게 "보험료"로서 매년 기업의 주식을 지급하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유한한 책임만을 지는 대신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천연 자원의 배분"을 다루는 다음 장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반면 유한 책임의 보호 없이 사업을 진행하려는 사람들은 이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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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Corporatism :+1: :+1: :+1: :+1: :+1: :+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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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lish 한 마음을 더욱 가지게하는 서두의 장입니다!
성장 과정에 따르는 비용을 부담한 이에게 천연 자원의 배분. . .^^
더욱 기대되는 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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