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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More Equal Animals - 7장

제7장 - 정치 플레이오프

"좋은 거버넌스"에 필요한 능력을 체스에 필요한 능력에 견주어 생각해보면 어떨까? 미국과 중국이 최고 지도자간의 체스 경기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보자.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승리를 원한다고 했을 때, 기존의 DINO식 선거 절차는 여기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평범한 유권자가 체스에 관해 합리적으로 무지하다고 전제한다면, 여론은 체스에 대한 상반된 철학을 가진 두 정당과 그 후보를 중심으로 분열될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가지는 선택권이라곤 두 탁상공론 전문가 중 하나를 뽑는 일이 될 것이다.

여기서 선출된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실제로 체스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체스를 잘하는지 가장 잘 뽐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로 체스를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얼마나 체스를 잘하는지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보들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실제 체스 경기를 할 수 없다면, 유권자들은 후보 각각의 역대 체스 경기 결과만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선거에 여러분은 동의할 수 있겠는가?

체스 실력이 중국과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역시 토너먼트를 통해 최고의 체스 선수를 가려내자고 할 것이다. 미국을 대표해 중국과 체스 경기를 하고 싶은 모든 사람이 이 토너먼트에 들어올 수 있다. 토너먼트 대진은 무작위로 결정되며, 각 라운드의 승자는 다음 라운드에서 다른 승자들과 무작위 대진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우승한 체스 챔피언이 중국와의 경기를 치르게 된다. 여기까지만 살펴봐도 투표보다는 토너먼트가 높은 기량을 가진 선수를 가려내는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 체스 선수의 종신 집권을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최상위 1%의 체스 선수 중 무작위로 지도자를 선정하는 것이 될 수 있겠다. 이렇게 한다면 승부조작이나 사이코패스 체스 달인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 토너먼트로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거버넌스와 밀접하게 관련된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게임을 디자인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지금의 정당 정치보다는 훨씬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다.

집단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정부를 이끄는 사람 역시 합의 도출에 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합의 도출에 가장 능한 사람이라면 압도적 과반 시민의 동의를 통해 뽑힐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시민들을 여러 파벌로 분열시킬 것이다.

합의 도출에 있어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사람을 뽑기 위한 토너먼트를 치른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여럿의 작은 그룹(~10명)에 배정하고, 그룹 안에서 압도적 과반(10명 중 7명 이상)의 지지를 얻은 사람이 그 그룹을 대표하기로 한다. 컴퓨터 공학에서, 2/3+1은 비잔티움 장애 허용 임계치에 해당한다. 이 테스트에서 각 그룹 멤버들은 자신의 그룹 안에서 누가 합의 도출에 가장 능한지를 합의를 통해 가려내야 한다. 체스에서 무승부 경기가 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합의 도달에 실패한 그룹에서는 아무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다. 최고의 합의 도출 능력자가 가려질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모든 선출직들이 이런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여전히 국회의 국정지지율은 30%, 정부 신뢰도는 20% 수준에 머무를까? 미국과 중국 모두 이러한 과정을 도입했다면, 두 명의 뛰어난 합의 도출 전문가에 의해 양국간 무역 협정이 타결되지는 않았을까?

플레이오프 시스템을 거친다면, 이론적으로는 한 달 길이의 라운드를 여덟에서 아홉 번만 거쳐도 수십억 인구 중에 적임자를 뽑아 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 전체 과정은 1년, 혹은 그 이상 걸리기 마련인 선거 운동, 토론회, 경선, 일반 투표를 아우르는 지금의 선거 과정보다 훨씬 간소하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구성된 의회 안에서 대통령, 부통령, 대법관을 뽑아도 될 것이다. 아니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개별적으로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법도 있다.

정치 플레이오프에 수십억 명이 참여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한 번의 플레이오프로 사람들을 줄 세우는 것이 꼭 훌륭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이 방식 역시 여전히 개인과 집단 간 상대 우위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를 어떻게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단위로 분할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없다면, 분리 독립의 권리는 보장될 수 없다. 분리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오!"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고, "아니오!"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협상과 합의 도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합의되지 않은 것은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므로 정당성이 생명인 민주주의는 설 곳을 잃는다.

분리 독립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나라의 모든 카운티가 정치 플레이오프를 통해 "관리 위원회"를 뽑는다고 해보자. 카운티의 평균적인 인구수는 50,000명 정도이니 대략 플레이오프는 둘에서 세 라운드면 충분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 안에 끝날 수도 있다. 위원회가 모두 뽑혔으면, 이제 여기서 좀 더 높은 수준(예컨대 주의회)에서 카운티를 대표할 사람을 뽑는다.

미국에는 3,141개의 카운티가 있다. 각각의 카운티가 자율적이고, 기존에 속해 있던 주나 국가의 허락 없이도 그 어느 주나 국가에도 속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각 주의 모든 카운티가 정치 플레이오프를 통해 주의회 대표자를 뽑는다. 마지막으로 각 주는 원한다면 연방 정부 구조에 편입될 수 있다.

이 구조의 핵심적인 요소는 각각의 구성 단위가 분리 독립을 통해 의견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역 카운티 관리 위원회가 마음에 안 드는 개인은 인근 카운티로 이사를 갈 수 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주가 마음에 안 드는 카운티는 독립 카운티가 되거나 다른 주에 편입을 결정할 수도 있다. "미국"이 마음에 안 드는 주는 독립하거나 다른 연방에 가입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관통하고 있는 원칙은 고위 정부란 결국 "정부의 정부"라는 것이다. 이는 지역 사회의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고 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갈 자유를 부여한다. 세계 정부라면 언제든 그 정부를 떠날 수 있는 독립적인 국가들이 모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민소환제

더러 대표자들이 죽거나, 주민의 뜻을 배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해당 대표자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주민소환이 실시될 수 있어야 한다. 언제든 10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2/3+1의 합의에 도달해 자신들의 대표자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말썽꾼들을 가려내고 제거할 수 있는 유연한 민주주의가 가능해진다.

미국의 진화

정부의 정부라는 구조는, 주의회가 연방 상원 의원을 지명하는 수정 헌법 제17조 이전의 원래 미국 헌법 상의 정부 형태에 가깝다. 수정 헌법 제17조는 개인과 연방 정부 사이의 대표자 위계 피라미드를 납작하게 만듦으로써 연방 수준에서의 “주” 대표를 실질적으로 제거했다. 그리고 각 주는 분리 독립의 권리를 보장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연합에 가입하였다.

또한 의석 수에 제한을 둠으로써 각 대표성은 더 응축되었다. 의원 한 명이 대표하던 시민이 50,000명 이하였던 1800년대 초에 비해, 현재의 의원들은 한 명당 650,000명 이상의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 선형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이는 개인에 대한 의원의 상대 우위가 10배 이상이란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권력은 그 비선형적 성격 상 파레토 법칙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한 명의 일반인에 대한 한 명의 의원의 상대적 힘의 우위는 실질적으로 100배에 이를 수 있다.

“정부의 정부” 시스템으로 전환된다면, 각 카운티의 인구는 평균적으로 50,000명이 될 것이고, 3,141의 카운티가 임명하는 대표자들의 숫자는 헌법 원안을 따랐을 때의 숫자와 거의 비슷해질 것이다. 여기에 의원 선거구를 카운티와 연동한다면 게리맨더링의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이 독립된 주들이 모인 연방으로부터 "DINO 제국"으로 퇴행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는 침해되었다. 분리 독립 운동에 대한 훼방은,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 시민의 권리를 제거할 때 기득권이 가장 애용하는 무기이다.

낮은 기술 수준에서의 정치 플레이오프

모든 민주적 프로세스는 첨단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모든 커뮤니티가 도입할 수 있을만큼 단순해야 한다. 프로세스는 기술에 의존도가 높을수록 소수의 기술 공급자에 종속될 수 밖에 없으며, 그만큼 대중은 여기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낮은 기술 수준의 솔루션은 50명 안팎의 소규모 그룹부터 수억 명의 사람이 사는 국가 전체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정치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려면 우선 조작 없는 무작위 배치를 통해 사람들을 4명에서 12명 사이의 그룹으로 묶어야 한다. 2/3+1이라는 비잔티움 장애 허용 임계치를 따른다면 합의에 필요한 최소 숫자는 4이다. 각 그룹은 이제 구성원 중 한 명을 대표로 뽑는다. 작은 규모부터 시작해 점점 더 큰 규모까지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자.

200명 이하의 커뮤니티

교회, 동아리, 혹은 50개 주의 대의원 모임 등, 50여 명으로 이루어진 커뮤니티를 우선 살펴보자. 로컬 커뮤니티 회관이나 강당에 모여 4인용 테이블 13개를 깔아놓고 행사를 시작한다. 호스트가 트럼프 카드 한 벌을 무대 위에 가지고 나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덱을 한 번씩 섞을 기회를 모두에게 준다. 이제 그렇게 섞인 카드를 사람들에게 한 장씩 나눠준다. 테이블에는 카드의 숫자(에이스, 2, 3, …)가 하나씩 배정되어 있으며, 사람들도 자신이 받은 카드 숫자에 따라 테이블에 배정된다.

이제 누가 이 테이블을 대표할 것인지 테이블마다 토론이 시작된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카드를 준다. 총 네 장의 카드 중 적어도 세 장의 카드를 받은 사람이 테이블의 대표자가 된다.

13명의 대표자들은 각각 최소 3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 전체 커뮤니티 앞에서 (무대에서) 전체 커뮤니티 리더가 되기 위한 토론을 시작한다. 리더는 13개의 카드 중 최소 9개(2/3+1)의 카드를 받아야 한다. 압도적 과반의 동의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게되면 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뇌물이나 유명인 편향 등을 막고자 한다면 13명의 테이블 대표자 중 무작위로 리더를 뽑을 수도 있다. 아니면, 대표자 13명을 세 개의 무작위 그룹으로 다시 나누어, 여기에서도 그룹마다 한 명의 대표자를 뽑은 후, 이렇게 나온 세 명 안에서 리더를 무작위로 선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 프로세스는 카드 덱을 추가하고 테이블 크기를 12인용으로 늘려 최고 200명 규모의 커뮤니티에서까지 시행할 수 있다.

1,000명 규모의 커뮤니티

정치 플레이오프의 규모를 1,000명까지 늘리려면 절차상에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와 같이 10인용 테이블 100개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면 1,000명 정도의 사람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규모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카드 20벌이 필요하다. 한 종류는 뒷면이 검은, 다른 한 종류는 뒷면이 빨간 카드라고 해보자. 각 테이블에는 카드 번호와 뒷면의 색깔이 배정된다(예. 빨강 에이스, 검정 9, 등). 모두가 참여해 카드를 섞은 후 차례로 카드 한 장씩을 받아 테이블에 앉는다. 각 테이블에는 10명이 앉으며, 대표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중 7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모든 테이블이 대표자를 선출했으면 두 번째 라운드가 진행된다. 두 번째 라운드는 100명 플레이오프의 규칙을 따라 진행된다.

10,000명 규모 커뮤니티

커뮤니티의 규모가 10,000명에 이르게 되면 이제부터는 단일 장소에서 행사를 치르기 어려워진다. 이 경우에는 1,000명씩의 대그룹으로 묶어 플레이오프를 진행한다. 각 대그룹의 크기는 일정해야 하며(900에서 1,000명), 이 안에서 1,000명 플레이오프의 규칙을 따라 대그룹별 대표자를 뽑는다. 이제 10명의 대그룹 대표자가 만나 최종 대표자를 선출한다.

참가자를 대그룹으로 분류하는 절차는 임의적 조작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목표는 참가자간의 담합, 파벌화를 막고 게리맨더링을 원천 차단해 무작위 분포의 무결성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무작위로 분포된 정특성에 따라 사람들을 묶음으로써 가능하다. 예컨대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누는 것이다. 아니면 지역 기준으로 그룹을 짓되, 게리맨더링 악용 여지가 있는 GPS가 아닌 결정론적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100,000명 이상 규모의 커뮤니티

대그룹의 수가 10개에서 100개로 늘어나는 것 빼고는 다를 게 없다. 1백만 명 규모의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그룹의 수가 1,000개일 뿐이다. 이렇게만 한다면 수십억 명 규모 커뮤니티 안에서도, 참가자들을 1,000명 안팎의 대그룹으로 나눈 후 트럼프 카드만 사용해서 단 4번의 행사를 거쳐 최종 대표자를 뽑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중복 투표 행위"는 “죽은 사람” 혹은 "반려 동물"을 동원한 투표 행위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플레이오프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행사장에 출석해야 한다. 이 말은 곧 그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단 한 곳에서만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라 이 플레이오프에서는 선거 운동도 불가능하다. 내가 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테이블에 앉은 나와 마찬가지로 무작위로 배정된 사람들 뿐이니까 말이다. 선거 운동이 없다면 현역 프리미엄도, 네거티브 공세도, 유명세에 의한, 미디어에 의한, 부에 의한 편향도 없으며, 사방에서 선거 자금을 긁어 모아야 할 필요도 없어진다. 테이블마다 10명 중 7명의 동의가 필요하며 여기에 사전 담합은 불가능하므로 정당이나 파벌이 형성될 여지도 없다. 플레이오프가 벌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무작위 그룹으로 배정되니 애초에 현역 프리미엄은 성립할 수 없다.

첨단 기술이 동원된 정치 플레이오프

첨단 기술 솔루션에는 스마트폰과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이 접근 방식에서는 그 공정성의 입증이 가능한 난수를 추출하기 위해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다. 비트코인의 블록 해시를 활용하는 것이 이런 알고리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선택된 난수는 결정론적 셔플 알고리즘을 거쳐 사람을 10명씩 나누는 시드로 활용된다.

이제 모든 그룹에 대해 동영상 회의가 가능한 채팅방이 자동으로 개설된다. 각 그룹은 몇 시간 혹은 몇 달에 걸쳐 비동기적인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토론을 마친 후 그룹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진다(누구에게 표를 던질지는 몇 차례고 바꿀 수 있다). 이제 그룹 인원 중 2/3+1 이상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해당 그룹의 대표자가 된다.

이렇게 뽑힌 대표자간에도 동일한 프로세스가 반복된다. 전 단계 참여자들은 자신의 그룹 대표자가 타그룹 대표자들과 벌이는 토론을 모두 시청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뽑은 대표자가 얼마나 충실히 기대에 부응했는지를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 정보는 차기년도 플레이오프에서 전임 대표자를 다시 대표자로 뽑을 때 참고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알고리즘 상의 암호적 무결성 덕분에, 이 시스템은 기존의 개표 기계와는 달리 절대 "해킹"당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다. 만약 채팅방이 상호작용형 동영상 회의로 대체되고 모든 그룹의 토론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중복 투표를 막을 수 있으며, 죽은 사람의 명의로 투표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외국인이 원격에서 플레이오프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는 쉽지 않다.

합의에는 시간이 든다

합의에는 시간이 들기 때문에 합의는 자주 바뀌어선 안 된다. 특히 한 가지 변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사회일수록 더 그렇다. 법률이나 지도부가 자주 바뀌는 사회에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파악하고, 토론하고, 합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이런 조건이 지속된다면 결국 정부를 이끄는 지배층은 시민과의 평화 조약을 깰 것이며, 사회는 다시 정글의 법칙으로 되돌아가고 말 것이다.

지도자가 12달만에 한 번씩 바뀌는 독재 국가를 떠올려보자. 이런 사회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영향은 정부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규칙에 대응해야 하는 모든 사업체에까지 미칠 것이다.

정부가 가지는 권한을 은행 금고에 보관된 돈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다. 별다른 보안책이 없는 은행이라면, 그 돈은 직원들이 대응하기도 전에 도둑들이 털어갈 것이다. 하지만 은행은 외부의 도둑뿐 아니라 내부자들의 배신도 신경써야 한다.

시민에게 권력을 보장하고자 하는 커뮤니티라면, 일부가 초래하는 문제가 커뮤니티 전체에 끼치는 손해의 크기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은행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은행과 많은 사업체들이 시한 자물쇠(time-lock)를 사용해 금고를 보호한다. 금고 문이 강제적인 지연 시간 이후에만 열리게 만드는 기술이다. 십대 시절 도미노 피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매장 금고에서 돈을 빼가려면 30분 전에 금고 암호를 입력해야 했다. 도둑이 매니저를 겁박해 금고 암호를 입력하고도 금고 문이 열릴 때까지는 30분이나 걸리므로, 그 사이 경찰이 대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법안이 통과되고 그 다음 법안이 통과되는 사이에도 긴 시간 간격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법안에 대한 저항을 조직하거나 합의를 끌어내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법은 안정적이어야 하며,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물리적 현실, 그리고 관념적 현실에 부합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자연은 급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법 역시 급변해선 안 된다.

규칙이나 법이 빈번하게 바뀌는 상황은, 조종의 결과가 계기판에 2분이나 후에 나타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상황에 견주어 볼 수 있다. 2분 후 충분히 항로 수정이 가능할 정도로 조종의 범위를 극한으로 줄이지 않는 한, 이런 비행기는 사실상 조종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계기판이 조종사에게 문제를 알리기도 전에 비행기를 추락시킬 것이다. 하나의 법률이 정치, 경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에 전모를 드러내기까지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걸릴 때도 있다.

여기에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반영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국회에서 상정된 법안이 다음 임기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만 최종적으로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기 국회에서 법안이 상정되고 2/3+의 지지를 얻어 통과 했더라도 차기 국회 4년 동안 얼마든지 철회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다시 4년이 지나 그 다음 국회에서 2/3+의 지지를 얻어 비준이 되면 유지되지만, 갱신되지 않는다면 시효가 만료된다. 이렇게 해서 20년 이상 유지된 법안에 대해서는 시효 한정 조항을 제거하고, 해당 법을 개정하기 위한 안건이 상정되어 통과되고 비준되기 전까지는 자동적으로 시효를 연장한다.

네 번의 정치 플레이오프 시즌 동안 합의가 유지된 동시에, 2/3+의 지지를 받아 비준된 법이라면 시민들에 의해 널리 합의된 법이라고 할 만하다. 이 정도의 기간 동안 합의를 유지하지 못하는 법이라면, 애초에 공포나 부패의 결과로 입안된 법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이 있다. “위기를 낭비하지 마라(never let a crisis go to waste)”. 혼란의 시기일수록 정치인, 미디어를 비롯해 권력을 가진 이들은 군중 심리를 이용해 다른 때라면 절대 통과되지 않을 법들을 통과시키곤 한다. 은행에 대한 구제 금융이나, “애국자법(Patriot Act)” 등이 그 사례에 해당한다. 그 어떠한 법도 “긴급하게” 통과되어선 안 된다. 진짜 긴급한 상황에 대해서는 일련의 안정적인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자유 시장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더 효과적인 대응책이 되어줄 것이다. 모든 독재는 "긴급 상황"을 이유로 예외를 두는 것에서 시작된다. 프로파간다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가 심어진 그 순간부터, 권력자들은 언제든 "긴급 상황"을 선포할 수 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하룻밤 자고 다시 생각해보라(sleep on it)"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돌이키기가 쉽지 않은 결정일수록 더 빛을 발하는 조언이다. 강제적인 시간 지연을 부여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은 시민들에게 “하룻밤 자고 다시 생각해볼” 여유를 준다. 결정을 잠시 유예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잠재 의식은 그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감정적으로 처리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정치적 "충동 구매"도 피할 수 있다.

파레토 법칙의 힘을 활용하는 법

나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소수 집단에 의해 장악될 수 없도록 설계된 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험해봤다.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공개 장부를 활용해 중앙 은행이나 정부로부터 개인의 디지털 자산을 지킨다는 것이 비트코인의 근본 아이디어이다. 누가 장부를 공개할 것인지를 특정 인물이나 세력이 정할 수 있다면, 이것은 자금 동결이나 복종 강요로 이어질 것이다. 금과 같은 방식으로 재산권이 지켜질 수 있으려면, 암호화폐 프로토콜은 안정적이어야 하고 변경이나 검열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야 한다.

처음에는 누구든 PC를 가지고 비트코인의 합의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초창기에는 내 컴퓨터만을 가지고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에서 많은 블록을 생성했었다. 비트코인이 이 정도의 작은 스케일에서 운영되던 시절만 해도 개인 컴퓨터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거래 내역이 검열될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커짐에 따라 그 경제적 규모도 커졌다. 현재는 단 세 개의 회사가 전체 블록 생산량 중 51%를 장악하고 있다. 51%면 이들은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을 언제든 검열할 수 있다. 나아가 특수 하드웨어를 장착한 컴퓨터가 나타남에 따라 평범한 개인들은 자신의 평범한 컴퓨터를 가지고는 더 이상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어려워졌다. 하드웨어, 기술, 인프라에 의해 비트코인의 진입 장벽이 높아져 가면서, 채굴 풀의 부패(정당과 유사하다)가 잠재적 위험으로 자라가고 있다.

다른 모든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파레토 법칙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51%의 영향력이 1%의 소수에게로 집중되고 있으며, 결국엔 체인 전체가 이 1%의 통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소수에 의해 휘둘리지 않으려 어떻게서든 이 파레토 법칙에 대응해야 한다.

무작위성을 활용하면 파레토 법칙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무작위성은 "중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권력을 쥐어주며, 이 중간 정도의 능력은 최상의 능력에 한참 모자란다는 사실도 살펴보았다. 또한 우리는 파레토 분포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골라낼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 증명 블록체인에서는 높은 기술적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골라내 값싼 전력을 공급받는다. 지분 증명 블록체인은 타인의 예치한 코인을 관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부유한 사람들을 골라내는 경향이 있다.

현대의 정당 정치는 인격에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골라 선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봐왔다. 이 정당 정치의 게임이 정치 플레이오프로 대체된다면, 우리는 파레토 법칙을 따라 분포된 더 훌륭한 자질을 가진 인물들 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표자를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단일 분포에는 단일 특성만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치 플레이오프는 합의 도출 능력자들을 골라낼 수는 있어도, 전략적 사고가나 엔지니어는 골라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기술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으므로, 단일 기술에 대한 파레토 분포만을 고려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복수의 기술에 대한 복수의 파레토 분포가 게임에 반영된다면 대표자들의 다양성을 높이고 권력의 중앙화를 막을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어떤 게임을 통해 최고 중의 최고를 골라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체스, 바둑, 포커, 철자법 게임, 스타크래프트, 배틀봇(BattleBots)과 같은 게임을 활용하는 게 의외로 말이 될 수도 있다. 이 게임들을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중상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사람 중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모두 플레이해야 한다면 선수간 담합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또 하나의 난관은 이 중 어떤 게임을 할 것인지 합의를 도출해내는 일이다. 같은 사람이 계속 대표자로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의 종류와 상관없이 추첨 방식(무작위 선택)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치 플레이오프의 합의 프로세스라면 충분한 합의 도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골라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복수의 파레토 플레이오프 게임에서 최고 기량을 나타낸 사람들 가운데 무작위로 리더를 선출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불필요하게 복잡할 수도 있다.

테크노크라시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사회를 조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진정으로 각 분야의 최고 선수들이라면, 우리 모두 이들을 따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물론, 최고의 인재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내리리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부정부패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진짜로 최고의 인재들을 가려내느냐 하는 일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자들은 당대의 "과학"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숱한 사람들을 불태워 죽였다. 지동설을 주장하거나, 산파는 꼭 손을 씻고 아이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단으로 여겨졌다. 오늘날의 "과학"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자들의 금전 지원에 의해 지탱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과학적 지식도 서서히 오염되고 있다. 순전히 논리학적인 관점에서만 보아도 테크노크라시는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테크노크라시에서도 여전히 누가 최고의 인재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며, 그 과정은 정치적 편향과 자기 위주의 "과학"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누가 "전문가"인지 점지하는 “학자 계급”, 혹은 "미디어 계급"이 존재해서도 안 된다. 안 그러면 이들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막후에서 정치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의 하수인이 될 것이다.

단일 분야 전문가가 만든 정책에는 대개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지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예컨대, 의학적 관점에서는 최선일지 모르는 정책이 경제적 관점에서는 최악의 정책일 수도 있다. 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다, 미처 고려하지 못한 다른 분야에서의 유관 요소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거버넌스, 철학, 경제학에 관해 합리적으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심지어 의사, 엔지니어, 과학자들 조차도 자신의 전문 분야 바깥의 사정에 대해선 합리적으로 무지하다. 더구나,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적 수준을 성취한 사람들 중에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자신만만한 경향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논리학, 수사학, 수학, 게임 이론, 기억력 등 추상 능력을 바탕으로 인물을 걸러내는 것이 고도화된 전문 지식을 기준으로 인물을 걸러내는 것보다 훨씬 나으리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통치 집단은, 기본 원칙에 입각한 사유를 할 수 있는 협상가들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이들이 가진 능력은 잘 정의된 규칙을 가지고 명확한 승자를 가려낼 수 있는 (승부 조작이 어려운) 게임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능력들이 어떻게 측정되든간에, 최종적으로 뽑히는 인물들은 기준치를 통과한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무작위로 선정되어야 한다.

정치 플레이오프 요약

리더는, 훌륭한 자질을 가진 사람을 가려낼 게임과 권력의 고임 현상을 막을 무작위 추첨을 결합한 프로세스를 통해 선출되어야 한다. 플레이오프는 반사회적인 인물이 리더 자리에 앉을 수 없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최선의 인물을 나머지 인물들로부터 실질적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계층화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임기교차제를 도입하고 새로운 법안의 인가 시점과 비준 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을 둔다면, 공공의 합의는 위기의 순간 부패한 대표자에 의해 장악되거나, 감정적으로 조종당하고 있는 대중에 의해 오염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프로세스라면 정당 정치에 의해 훼손될 수 없다. 모든 그룹이 무작위로 조직되고, 이 안에서도 2/3+1의 동의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참가자가 새로운 무작위 그룹에 배정되므로 현역 프리미엄이 설 자리도 없으며, 게리맨더링의 우려도 없다. 말 뿐인 선거 공약, 후보간 인신공격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설득해야 할 사람은 자신의 그룹 안에 속한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합리적 무지 역시 이 프로세스 안에서는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 선택에 필요한 모든 정보는 소규모 그룹 토론에서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모든 시민을 공정히 평가하고, 현지의 정보를 십분 활용함으로써 시민의 집단적 지혜가 발현시킨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또한 그룹에서 평가되는 것은 참가자가 가진 보편적인 지식 수준이 아니라 그의 인품과 논리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이는 민주적 정당성이란 착각을 머릿속에 심고 시민을 집어삼키는 DINO와는 전혀 딴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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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 Political Playoffs :+1: :+1: :+1: :+1: :+1: :+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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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EdenOS를 통해서 실현하고자 하겠죠. . . 어떤 이상이던 주의던 현실의 벽과 잘 조화되어 실현 되는게 최선이겠죠. . . 끝까지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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