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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More Equal Animals - 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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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 지적 독점

진정한 민주주의는 재산권을 토대로 한 평화 조약 위에서 성립한다.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그것이 우리 사이에서 어떻게 오고갈 수 있는지에 관한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지적 재산은 저작권, 상표, 특허, 영업 기밀 등의 가상 자산의 한 유형이다. 지적 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배분할 것인가, 지적 재산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전 가능할 수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에서도 지적 재산이란 개념은 유의미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우리는 반드시 숙고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에서는 책 몇 권에 실려 있는 주장만을 근거로 지적 재산권이 인정돼선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볼드린과 레빈이 쓴 <지적 독점에 반대하며>(Against Intellectual Monopoly)라는 책은 특허법이 어떻게 산업 혁명을 수십 년 동안 지체시켰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책의 제목대로 이 책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며, 서점에서 문고판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비슷한 관점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는, N. 스테판 킨셀라의 <지적 재산에 반대하며>(Against Intellectual Property)도 마찬가지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지적 재산이란 필수적이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 두 권의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나는 위의 두 책이 취하는 관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지적 재산에 반대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은 당사자들이 독립성 유지하는 가운데 평화 조약을 체결하고 체결된 내용을 지켜 나가는 것이며, 그 목표는 권력 분산과 타인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적 재산은 권력을 중앙화함으로써 의존성을 발생시킨다. 어떤 아이디어에 대한 한 개인의 독점은 그 아이디어에 대한 나머지 사회 구성원의 종속을 의미한다.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핵심에 두고 커뮤니티를 만들 때에는, 사적 이득을 그룹의 독립성보다 앞세우는 행동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구성원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에는 그룹의 독립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커뮤니티라면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에 커뮤니티의 명운이 걸려 있는 상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커뮤니티는 독점 공급자에 의해 생산된 기술이나 예술 작품을 구입해선 안 된다. 한편, 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다른 주체에 의해 복제될 수 있을 때까지는 광범위하게 배포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독점과 종속을 막기위해). 이 경우, 특허란 것은 경쟁을 촉진하고 의존을 방지하는 기술 공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은 기술의 활용이나 여기에서 파생된 모든 것에 대한 독점을 허용하는 현행의 지적 재산권법과는 큰 차이를 가진다. 현행 지적 재산권법이 허용하는 기술 독점은 혁신을 가로막고 사회에 큰 비용을 초래한다. 여기에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독점자가 취하는 이윤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 발명가의 새로운 발명이나 발견을 독점을 허락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인위적인 독점이 없다면 기술 및 예술 작품의 생산과 보급에서 경쟁이 발생한다. 비용은 절감될 것이며 기술의 광범위한 채택 및 적용이 가능해진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려내고 이를 시장에 가장 빠르게 도입하는 사람들은 이윤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수익 창출 기회(profit opportunity)는 생산 소요 시간(lead time)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발명가로서의 브랜드와 평판에도 있다.

글로벌화된 사회에서 제조업은 대게 규모의 경제에 의해 중앙화된다. 규모의 경제에서 기존 기업들은 기성 채널을 활용해 스타트업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아이디어를 복제하고 보급한다. 지적 재산권과 관련하여 "발명가들"이 제조업자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기업을 사들여 발명품을 제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해결책이 이미 존재한다. 발명가가 기밀 유지/경쟁 금지 협약서를 들고 제조업자에게 접근한다. 제조업자는 발명가에게 보증금을 맡긴다. 제조업자가 앞서 합의한 협약을 위반한다면 이 보증금은 발명가에게로 돌아간다. 이렇게 하면 제조업자는 미래에도 다른 발명가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평판을 유지해야 할 동기가 생긴다.

나아가 독립성 원칙을 실천하는 고도로 모듈화된 사회에서는 제조업과 기술 보급에 있어서 글로벌 독점이 허용될 수 없다. 각 커뮤니티가 저마다 자신들만의 제조업자들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발명가들은 건전한 방식으로 현지에서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재산"과 “재산이 아닌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재산은 어떤 고유한 사물에 대한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하나의 물적 재산은 한 명의 개인만이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복제가 가능하며 누구나 동시에 그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쿠키를 어떻게 쪼갤 것인지에 관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쿠키를 복제하는 것이다. 재산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복제가 불가능할 때이다.

모든 재산권은 평화 조약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재산권의 집행은 이 조약 하에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평화 조약을 맺기 전에는 특허도, 저작권도 없다. 당신이 “처음으로 기록한” 아이디어 하나를 당신 혼자 독점하기 위해 다른 수백만 개의 아이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할 수 있을지 떠올려보라. 그리고 이제 다른 누군가가 당신과 똑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이 그 아이디어를 혁신할 권리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면 어떨지 떠올려보라.

오늘날 대형 기술 기업에서는 "특허 조약"을 맺는 것이 흔한 관행이 되었다. 특허 조약이란 전체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상호 라이선스 계약을 말한다. 자유 시장은 적극적으로 특허를 활용해 다른 특허를 무효화함으로서 시장의 열린 혁신을 촉진한다. 특허는 상호간의 파괴를 보장하는 핵폭탄과도 같다. 기업들은 독점을 원해서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을 휘둘러 자신을 공격해 오는 경쟁사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종의 평화 조약으로서 모든 기업이 지적 독점을 불법화하는 집단적 상호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한 채 자유롭게 혁신을 해나가는 동안 특허 포트폴리오가 없는 중소기업은 시장에는 진입도 못하는 것이 특허권법의 논리적 귀결이다. 기존의 발명으로부터 완전하게 분리된 발명은 거의 없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대형 기업은 발명가들과의 협상에서 막대한 우위를 차지한 채 이들에게 푼돈에 특허를 팔아버리도록 강제하고 독점 이윤을 모두 거둬갈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여러 차례 특허 신청을 해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나와 내 회사는 수십만 달러의 비용을 치러야 했다. 내가 특허를 출원했던 일차적인 이유는 다른 이들이 내 아이디어를 빼앗은 후 내가 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누군가가 독점권을 행사해 내 사업을 방해하는 경우를 대비해 상호 라이선스 계약이 가능한 뭔가를 가지기 위함이었다. 내가 특허가 존재하지 않는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었다면 상황은 훨씬 쉬워졌을지도 모른다. 특허권법의 존재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동기가 된 적은 내게 단 한 번도 없다. 특허 출원 과정 역시 내 혁신 역량을 지연시키고 방해할 뿐이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내가 떠올리게 되는 아이디어들은 대개 다른 누군가도 한번쯤은 떠올려봤을 법한 아이디어들이다. 똑같은 발견이 세계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므로, 두 명의 똑똑한 인재가 똑같은 필요에서 머리를 짜내다 동시에 개별적으로 동일한 것을 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한 분야의 발명가는 대개 자신의 발명이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완전히 무지한 경우도 많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가진 잠재성에 무지한 발명가에게 그 아이디어에 대한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나의 아이디어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개별적으로 발명되었을 때 발생하는 분쟁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이 책에 사용할 기성 사진 및 그림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저작권법 덕분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이 책에서 사용될 사진이나 그림들은 비록 내가 찍고 그린 것은 아니더라도 이 책 자체가 가지는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난 결국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친구에게 삽화를 부탁했고, 무료 라이브러리를 일부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 실린 삽화들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삽화 라이브러리를 생각한다면 창조력의 낭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위해 수고해준 내 예술가 친구에게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

저작권, 특허도 결국 평화 조약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포기하는 사람은 나의 "지적 재산"을 얼마든지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나나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사람에게는 난 내 "지적 재산"을 활용하도록 허락할 수 없다. 이런 접근법은 오픈 소스 개발자들이 활용하는 일반 공중 라이센스(GPL; General Public License)와 유사하다. GPL은 소프트웨어의 무료화와 자유로운 수정에 저작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누구든 GPL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거나 본뜬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이 파생 소프트웨어 역시 GPL 라이선스를 적용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GPL 라이선스가 적용되지 않은 소프트웨어에서는 GPL 코드를 활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많은 기업들이 지적 재산권과 관련한 분쟁을 기피하며 자유 시장은 지적 재산권을 무효화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음악과 영화에 대한 저작권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고자 한다. 그러나 저작권과 특허란 제도는 권력을 중앙화하고 사회에 의존성을 키운다.

독자 여러분 중 <지적 독점에 반대하며>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직까지도 지적 재산권이 정말로 없어도 되는 것인지 의심이 들 수 있다. 특허 외에도 혁신과 창조적 노력을 장려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원한다면 현 체제의 폭정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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