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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More Equal Animals - 13장

13장 - 천연 자원의 분배

부모님이 어린 나와 내 동생에게 어떻게 하면 다투지 않고 쿠키를 나눠먹을 수 있는지 알려주신 적이 있다. 그전까지 부모님은 직접 쿠키를 쪼개 우리에게 나눠줬었고, 그때마다 나와 내 동생은 누가 더 큰 쪽을 가질 것이냐를 두고 싸우곤 했다. 쿠키를 “완벽하게” 2등분 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나와 동생의 다툼에 진력이 난 부모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셨다. 한쪽이 쿠키를 쪼개고, 다른 한쪽이 두 조각 중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한 번씩 쿠키를 쪼개는 쪽이 되거나 쿠키를 고르는 쪽이 됐고, 어떤 때는 동전 던지기를 통해 이를 정하기도 했다. 이 알고리즘에서는 쿠키를 나누는 쪽이 먼저 최대한 공평하게 쿠키를 나눌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쿠키가 불공평하게 나눠졌을 때의 혜택을 고르는 쪽이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알고리즘에 동의한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다툴 필요도 없었고, 분쟁 해결을 위해 더 큰 권위를 가진 중재자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어졌다. 우린 정글의 법칙에 지배되는 물리적 충돌 없이도, 도덕적 해이로부터 자유로운 합의 도출 알고리즘을 어릴적부터 활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인류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분쟁 중 하나가 자원의 분배를 둘러싼 분쟁이다. 어린 나와 내 동생의 경우와는 달리, 인류에게는 이 분쟁을 중재해줄 "부모님"과 같은 존재는 없다.

우선 독자 여러분에게 경고해두고자 한다. 이 장은 소위 자본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의 심기를 건드릴 공산이 크다. "재산"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정체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소유한 것이 과연 우리의 소유인지를 따져 묻는 모든 논의는 이들에게는 큰 위협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 장을 이 책에서 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것만 가지고 누군가의 선입견에 끼워맞춰져 매도되기란 너무나도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자발적인 멤버십, 자발적인 거래, 자발적인 결사의 철저한 신봉자이며, 모든 "규칙"은 그것을 선택한 커뮤니티에만 적용되어야 함을 믿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선 밝혀둔다. 자발적이고, 합의를 근거로한 프로세스에 자본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동의를 표할 것이다. 그러나 재산이란 관념에 너무 얽메여 있다면 그가 아무리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사회주의적이거나 공산주의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에도 자발적으로 복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이 장을 읽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깊은 고민 끝에, 나는 합리적이며 논리적으로도 정합하는 자원 분배 이론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던진 핵심 질문은 이렇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천연 자원을 어떻게 세대별로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까?” 커뮤니티 평화 조약을 통해 권리를 협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질문과 여기에 대한 대답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 그럴싸한 대답을 얻지 못한 채 협상에 임하면, 우리는 결국 불공평하고 지속불가능한 조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동생의 설득에 넘어가 내가 더 작은 쿠키 조각을 선택하는 상황이나, 에서가 야곱에게 팥죽을 받고 그 대신 장자의 상속권을 주는 상황처럼 말이다.

이 질문은 자유주의자들에게도 도전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그 핵심이 재산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 것과 네 것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이 권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자유주의자들은 허락 없이 어떤 재산을 취하는 것은 침략 행위이며, 따라서 조세 제도 역시 침략 행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금 징수가 침략 행위일 수 있으려면, 자유주의자들은 우선 그 재산이 누구의 소유인지부터 논증할 수 있어야 한다.

달, 바다, 육지, 하늘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구라는 별에 대해 아담과 이브는 50%씩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면 아담이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지구는 전부 아담의 것인가? 아담과 이브가 죽으면 자손 중 누가 지구를 가지게 되는가? 그리고 이들이 죽으면 이들의 자손 중 누가 지구를 가질 것인가? 가인이 아벨을 죽였다면 가인이 아벨의 재산을 다 가지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벨의 자손들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창세기 시절의 재산 문서까지 탈탈 털어 봐야만 우리 중 누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가 명확히 증명될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은 암호화폐를 탄생시킨 근본 질문이기도 하다. 모든 양도 내역이 공적으로 검증 가능한 장부에 기록되며, 하나의 비트코인은 그 소유권이 제네시스 블록까지 추적될 수 있을 때에만 누군가가 이를 소유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쯤 되면 무엇인가에 대한 명백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보자. 재산에 대한 정당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권리가 어쩌다가 아담과 이브에게만 영원히 주어진 것인가? 다시 말해, 아랫세대가 무엇을 가지게 될지가 어째서 윗세대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단 말인가?

주인 없는 재산에 대한 첫 번째 소유권이 "선착순"으로 정해지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우리가 석유와 열대우림을 다 소멸시킨 후 이로부터 얻은 이윤을 가장 마음에 드는 자식에게만 물려주는 것이 옳느냔 이야기다. 과연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광물에 대한 소유권을 우리 세대가 마음대로 정해 아랫세대에게 전해주는 것이 괜찮은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는 과정에서 나는 재산권이란 개념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관념을 어린 시절부터 형성해 간다. 우리는 무엇을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대개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진 것, 처음 만든 것, 혹은 처음 본 것을 우리의 것이라 여기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빌린다는 것의 의미도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소유 명의 이전에 관한 상호 합의를 의미하는, "계약"이란 개념을 탄생시켰다.

타인의 재산과 계약을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힘이 곧 소유"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소유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곧 정글의 법칙이다. 도난, 전쟁, 세금을 통해 재산을 분배하는 것 역시 정글의 법칙에 따른 재산의 분배이다. 정글을 지배하는 법칙의 9할은 모두 소유에 대한 것이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재산권은 현 상황(status-quo)의 유지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어제 내 것이면 오늘도 내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 재산을 내 것으로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내가 이것을 애초에 어떻게 획득했었던 것인지를 잊는다. 이것이 정말 내 것이 되는 건 이때부터다.

난 이런 시스템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산에 관한 계약이 가능하려면, 그에 앞서 누군가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평화 조약 아래에서 힘, 사기, 도난, 강요는 재산 취득의 정당한 수단이 될 수 없다. 한 세대 내에서 이루어진 상호 합의를 근거로 한 시스템이 뒷세대에서도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왜냐면 계약이란 것은 당사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합의할 수 있는 동등한 능력을 갖췄을 때에만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는 우리 세대의 합의와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 부모가 서로 합의했다는 것을 이유로 자녀를 영원히 노예로 파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현실에서 모든 재산은 정글의 법칙에 의해 배분된다는 것이다. 강자는 약자를 정복한다. 승리자는 역사책을 쓰고 재산권을 자신의 입맛대로 규정한다. 재산권은 폭력과 협박으로써 집행된다. 재산권을 둘러싼 모든 새로운 시스템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경향을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부당 행위"를 서서히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평화 조약이 존재하고 있을 때에만 전쟁, 도난, 사기는 비로소 "부당 행위"로 구분될 수 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 아래에서 이런 "부당 행위"는 상어가 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행위에 비해 더 "선하다"고도, "악하다"고도 할 수 없다.

독립된 개인들이 합의한 평화 조약을 근거로 모든 권리가 발생하는 커뮤니티의 관점에서, 협상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협상의 목적은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평화가 지속될 수 있으려면 당사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했다는 것을 모두가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쿠키를 나눠먹는 나와 동생의 이야기의 교훈을 재산권에 대한 논의에 적용해보자. 인류가 모든 세대에 효력을 가지는 재산권 분배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당신의 과업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쿠키를 쪼개듯 온 우주를 쪼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걸 당신이 가지게 될지, 그리고 당신이 어떤 세대에 태어나게 될 것인지는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결정한다면 어떨까 . 당신은 세상에 나온 첫 번째 세대가 우주의 모든 자원을 멋대로 배분할 권리를 독점하는 데 찬성할 수 있겠는가? 승자가 모든 전리품을 독차지하는 데 동의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모든 것을 확률에 맡길 것인가? 지금까지의 역사를 고려해본다면, 당신에게 큰 조각이 돌아갈 확률은 매우 낮다.

이런 질문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나는 보편적 상속(universal inheritance) 프로세스를 떠올리게 됐다. 나는 모든 세대가 우주에 흩어진 천연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에서 석유를 길어 올려 부자가 된 억만장자는 미래 세대 전체가 아니라 자신의 자손에게만 자신의 부를 물려줄 것이다. 모든 현재의 부는 과거에 채취되고 거래된 천연 자원에서 발생한다. 물론, 여기에 인간의 노동이 개입되면 이 천연 자원은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천연 자원에 대한 부의 절대적 의존이 부정될 수는 없다. 천연 자원이 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천연 자원은 대체로 소진되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즉 석유, 비옥한 토양, 열대우림을 소진시킴으로써 축적된, 전혀 다른 형태의 부만이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나는 지구의 자원을 모든 개인에게, 각자가 살아 있을 때까지만 일부 빌려주는 방법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모든 세대가 가장 유능한 변호인에 의해 대리되며, 각 세대는 윗세대에게만 유리한 조건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전제로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매년 지구 자원의 일정 퍼센티지를 "현 세대"에 재분배한다. 이렇게 하면 한 생애 동안 자원(부)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에로 공평(균일)하게 양도될 수 있다. 사람들이 보통 100년을 못 살고 죽는다고 전제한다면, 상속률은 매년 5% 정도 될 텐데, 그러면 초창기의 부 중 99.5%가 100년에 걸쳐 재분배될 수 있다. 이 "재분배"는 현 세대에겐 “융자 상환”, 그 아랫세대에겐 "융자 발행"과 같은 것이다.

안타깝지만 모든 "부"가 대체 가능(fungible)하거나 분할 가능(divisible)하지는 않다. 예컨대 <모나리자>는 분할될 수도 없으며, 그 객관적인 가치를 측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모든 유형의 부를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 솔루션이 없다면, 모든 사람이 100년간 평등한 몫을 상속받는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는 정치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평화 조약(헌법)을 만든다고 할 때,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게 공평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든 세대에 걸쳐 우주를 균일하게 분할해야 한다는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이라면 재산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겨줄 수 있는 보편적 상속 등의 방식을 기대할 것이다.

지구 자원의 보편적 대출(universal loan of resource)을 실현하는 간단한 방법은, 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에게 커뮤니티 화폐를 균일하게 발급하는 것이다. 매해 통화량은 5%씩 증가하고, 새로 발행된 화폐는 커뮤니티 평화 조약의 당사자들에게 분배된다. 화폐란 결과적으로 미래 자원에 대한 청구권과 다름없으므로,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매끄럽고 투명하게 보편적 상속의 원리를 구현할 것이다.

이것을 보완할 또 하나의 방법은,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시스템을 도입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을 평화 조약의 당사자들에게 균일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혹은, 모든 기업이 매년 자신의 주식 중 5%를 경매로 처분하는 방식도 있다. 이는 기업이 유한한 책임만을 지는 데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완벽한 아이디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의 자산 이전을 보다 공평하게 만들어줄 디딤돌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일괄적인 5%의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경제적 안정

시간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규칙을 유지할 수 없는 커뮤니티는 이내 붕괴하고 만다. 부의 집중은 권력의 한 형태로서 사회에 파레토 법칙을 따라 분포한다. 자발적인 거래가 가능한 자유 시장에서, 자본(과 권력)은 더 큰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집중되는 경향을 가지며, 이는 물가의 하락과 부의 집중으로 이어진다. 부는 투표가 아닌 거래를 통해 형성되는 권력의 한 형태이다.

역사는 공산주의를 통해 부를 평준화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공산주의는 독재를 통해 지배 계급을 제외한 모두를 빈곤으로 몰아넣는다. 공산주의의 지배 하에서 억압당하던 인민들은 결국 정글에 법칙에 따른 폭력 혁명을 통해 체제를 전복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역사는 “자본주의적” 부의 극단적 파레토 분포(80:20가 아닌 90:10, 99:1)는 (주로 공산주의자들이 이끄는) 반란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산주의자 지도자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 모두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선전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부는 (권력의 형태를 띄며) 점점 극소수에게 더 집중될 뿐이다.

부와 권력은 밀착되어 있다. 모든 평화 조약은 부와 권력이 정상적인 수준의 파레토 분포를 벗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부를 탈중앙화하겠다는 명목으로 권력을 집중시켜서는 안 되며, 권력이 스스로 집중되기 시작하는 선까지 부를 집중시켜서도 안 된다.

부의 양극화와 권력의 양극화 사이의 핑퐁 게임은 결국 사회를 자멸의 길로 몰아 넣는다. 중산층이 많을수록, 그리고 파레토 분포가 완만할수록(70:30 정도) 사회는 안정적일 수 있다.

평화 조약은 극단적인 공산주의화,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를 모두 피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시민에게 균일하게 부과되는 일률 "부유세"가 말이 될 수 있다. 특수 이익 집단과 “중앙 기획자”(central planner)들이 세제 수입을 통해 특권을 획득하는 것을 막으려면, 알고리즘적 조세 재분배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한다. 공산주의 체제의 실패 원인은, 통치자가 조세 수익 중 큰 부분을 자신의 "부"로 만들고 이를 권력 확장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데 있다. 알고리즘적 재분배는 통치자의 이러한 특권을 차단하고, 권력의 집중 없이도 부의 균형 분배를 실현한다.

이러한 부유세가 적용되면, 납부되는 부유세의 액수가 부의 공평한 분배에서 얻어지는 수익과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순 부유세(net wealth tax)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부자들은 자신이 가진 부를 생산적으로 활용해 이로부터 수입을 발생시키고, 재산세를 낼 인센티브를 가진다. 안 그러면 자신이 갖고 있는 부를 서서히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산 활용을 극대화해 사회의 생산성을 증진시키고, 정부의 관료적 경직성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다시 말해 이 부유세는 비생산적인 자산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보편적 상속의 도입을 통해 나타날 결과와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노동 없이, 상속 소득만 가지고 최저 생활 수준으로 살아가는 경향을 띄리란 것이다. 수입에도 한계효용이란 게 있어서, 만약 100만 달러를 벌었다면 이 중 첫 번째 달러가 백만 번째 달러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가진다. 기본 소득이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가장 큰 가치를 가진, 없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첫 번째 달러"를 벌기 위해서 말이다. 이왕 시간을 파는 거, 사람들은 자신의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할 것이다. 어차피 하루 8시간을 일하는 김에, 시간당 10달러보다는 시간당 50달러를 벌고 싶어하리란 것이다. 어느쪽이 됐든 8시간을 일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다른 아무런 노동 없이도 시간당 5달러에 상응하는 돈을 벌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진 순간부터는, 시간당 10달러나 50달러를 더 벌기 위해 열심히 노동하는 것은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없다. 시간당 5달러에 상응하는 상속을 받다가 시간당 50달러를 더 벌어들이려면 하루 중 8시간을 노동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렇게 더 벌어들이는 50달러의 한계 효용은 8시간의 노동이라는 비용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열심히 일할 의지가 있는 실력 있는 인재를 찾기가 더 어려운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들면 부의 총 생산이 감소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속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사람들은 다시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따라서 좋은 커뮤니티라면 상속 소득을 노동 소득과 결부시켜야 할 것이다. 8시간의 노동으로 돈을 번 사람에게만 추가적인 시간당 5달러의 상속 소득을 취할 수 있도록, 유급으로 고용되지 않은 사람은 상속 소득을 취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세대간 평화 조약의 협상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바라보자. 아담과 이브는 생존을 위해, 그리고 삶의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피땀흘려 노동해야 했다. "세상 전부를 상속 받았"지만, 이를 위해 "노동"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이는 형평성을 위해서 아랫세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여러분은 “기원전 10,000년” 쿠키 조각과 “서기 2021년” 쿠키 조각 중 고를 수 있다면 어떤 걸 고르겠는가? 이 중 생존을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쪽은 어느 쪽이겠는가?

생산적인 사회는 자연스럽게 잉여 가치를 생산해 아랫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전해줄 것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인류의 번영과 성장은 있을 수 없다. 지금 세대의 모두를 "평등"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오히려 불평등을 만들어내듯, 모든 세대의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들려는 시도 역시 불평등을 만들어낼 것이다.

다른 인구층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유층에서도 자원의 과소비는 일어난다.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 더 나은 재화와 서비스가 따로 있다는 것, 오늘날의 부자들은 모두 자기 능력만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것, 자원을 더 생산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 상속 소득을 지불해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사들이는 대중에 영합하는 기업가보다 소수의 부유한 중앙 기획자들이 자원 투자에 더 능하다는 것. 이러한 효율성을 바탕으로 부유층의 자원 과소비를 정당화하는 논거들은 모두 여타 재산권 시스템에 대한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요컨대, 경제적 효율성은 편향된 현 체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전용되는 편향된 논거다. 이 논거는 어떤 목표는 다른 목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냐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편적 상속은 시장에서의 경제적 투표권의 민주화나 다름없다.

이쯤되면 "소유권 유지 비용"이 없는 현 체제의 재산권 시스템을 지지하는 자유의지론자들이 경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통제주의자처럼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역설적이게도 부유세라는 것도 결국엔 "중앙 통제적"인 모델인 바, 중앙 통제적이라는 "죄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 하나, 중앙 통제적이지 않은 것이 정글의 법칙이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자신이 물리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것만이 자신의 재산이 될 수 있다. 과도한 부의 불평등을 허용하는 모든 체제는 결국 봉기하는 빈곤층에 의해 무너져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반면 점진적인 부의 재분배에 성공한 사회는 보다 안정적으로 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 세계 대전, 인종 학살 등 한두 세대 걸러 한번씩 나타나는 폭력적인 혼란이 인류의 진보를 몇 세기씩 지연시켰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상속 소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전세계 70억 인류가 가진 부동산의 총 가치는 약 $217조 정도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1500씩을 매년 나눠줄 수 있는 규모다. 전세계 주식의 총 가치는 $100조 정도며, 이는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1200를 매년 나눠줄 수 있는 금액이다. 전세계 현금 통화량 역시 $100조(빠른 속도로 증가 중) 정도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 인도, 중국의 수십억 사람들에게 매달 $333, 혹은 매년 $4000을 줄 수 있다. 이는 전세계 평균 1인당 가계 소득보다도 큰 금액이며, 아프리카 평균 소득보다는 4배나 큰 금액이다. 현재 우리 손에 쥐고 있는 부를 가지고 이미 전세계의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이러한 막대한 부를 전세계에 고르게 분배한다는 이 생각은 부유한 선진 국가의 시민들에게는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미국 전체의 부를 미국민에게 고르게 분배한다면, 매년 $15,000의 금액을 모든 미국민의 손에 쥐어줄 수 있으며, 이로써 미국에는 더 이상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적어도 새로운 가격 균형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없어지게 될 것이다.

요지는, 제1 원칙에서 도출된 프로세스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사회 각계에서 제안된 바대로 보편적 기본 소득이란 것이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이다. 나아가 이것이 가능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매해 5%로 얼마나 많은 부를 "다음 세대로 물려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요컨대 연 5%의 "부유세"는 모든 세대에 걸쳐 공평하게 협상된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최저 수준 이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미국에서 이러한 부유세가 적용된다면 보유 자산 가치가 30만 달러 이하인 사람들은, 내야 할 세금이 상속 소득에 의해 모두 충당될 것이므로 아무런 세금을 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거의 75%에 달하는 미국인이 부유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나아가, 보유 자산 가치가 30만 달러보다 많은 사람들은, 자산에서 창출되는 불로소득이 5%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자산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자산을 통한 불로소득이 5% 미만), 이 자산은 천천히 다음 세대에게 양도될 것이다.

이를 통해 모두가 "빈곤에서 벗어났다"면 복지 서비스, 실업 수당, 장학금도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다. 학교 등록금은 자녀들이 받은 기본 소득으로 충분히 지불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 지원 수당도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필요는 재산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보편적 기본 소득(UBI)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제에 관한 기존의 서적들은 대개 필요 기반 UBI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필요 기반 UBI는 자연스럽게 복지 국가에 반대하는 사람들, 특히 자유의지주의자들의 반발심을 살 수밖에 없다. 반면 자유의지주의자 가운데서도 UBI를 지지하는 측은 제1원칙에 근거해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대체로 최악-차악의 비교를 통해 이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UBI가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복지 시스템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많은 정치철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UBI 도입을 다양한 방식으로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이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경제 붕괴의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는 주장들이다. 필요 기반 UBI는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고, 물가 상승은 또 다시 필요 기반 UBI의 증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지속불가능한 악순환이 결국 경제 전체를 망가뜨릴 것이다.

부유세에 의해 지탱되는 보편적 상속을 지지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정합하며 경제적으로도 타당한 자유주의자가 될 수 있다. 사실, 이것만이 과거의 오류와 불의를 자동적으로 수정하면서도 대중에게 널리 수용되며 논리적으로도 정합할 수 있는 유일한 재산권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중이 자신에게 왜 상속 소득이 주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시스템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중은 끊임없이 “더 많은” 상속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대중의 무지와 이기적인 욕심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경제 체제(연 5%)는 모두의 부가 최저선으로 하향 평준화된, 불안정한 공산주의 체제로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그 애초의 의도가 훼손됨 없이 오랜 세월 꾸준히 유지되려면 세대간에 걸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로운 협상이 가능한 개별 당사자 사이에서 합의된 평화 조약을 통해서 모든 재산권은 성립한다. 현명한 사회라면 모든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으며, 권력의 균형이 세대를 거쳐 변화함에도 그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평화 조약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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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Allocating Natural Resources :+1: :+1: :+1: :+1: :+1: :+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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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소유권과 분배에 대한 더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에 대한 고심이 느껴지는 장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생각된 점은, eos 를 접목해서 생각했을 때: 다른 체인에 비해서 좀 더 분산이 골고루 이루어 졌다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분산의 시기 또는 타이밍 (현재 진행) 을 얼마나 잘 잡고 지켰느냐, 못지켰느냐에 따라서 추후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또다시 과연 집중화냐 고른 분산이냐라는 고민은 항상 따라 올것같습니다…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었고 잡을 수 있었지만 누구는 잡고, 못잡고, 그냥 선택했고, 더 집중해서 선택했고, 등등 이런 차이로 다시 불균형?이 발생되는 것인데… 참! 어렵습니다…^^;;; 잘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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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네요… 여러번 곱씹으면 읽어 봐야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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